“광안동 방공 터널, 관광지로 개발을”
부산 수영구에서 20년 넘게 방치된 옛 부산 충무시설을 관광용으로 개발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부산시는 10년 전 관광지로 개발하고자 했지만, 안전 문제로 제약이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사)수영발전협의회는 지난 21일 수영교차로 인근에 ‘광안동 반공 터널 관광지 개발 허가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최대 5000명 수용 지하 시설
1998년 후 25년간 방치 상태
수영발전협 ‘개발 허가’ 촉구
이들이 현수막에 표기한 ‘반공 터널’의 정확한 표현은 ‘방공 터널’로, 정식 명칭은 ‘옛 부산 충무시설’이다. 수영구 광안동 수영구국민체육센터 뒤편에 위치한 이 시설은 270m 길이에 총면적 3693㎡ 규모 철근 콘크리트 지하 돔형 시설이다. 내부에는 20여 개의 방이 있는데, 대피용으로 쓰일 경우 최대 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 시설은 1972년 건립돼 1997년까지 매년 을지훈련 지휘본부로 사용됐다. 그러나 1998년 부산시청이 연제구 현 위치로 옮겨오며 새 충무시설이 마련돼 쓰이지 않게 됐다. 이후 25년간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 콘텐츠 촬영 장소로 쓰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시설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기를 끈 OTT 서비스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일부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지난 23일 취재진이 충무시설 앞을 찾아갔을 때도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었다.
그동안 일부 수영구민을 중심으로 시설 개방과 활용 요구는 이어졌다. 2017년에는 시설 개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설 내 소방 시설 확충이 어려워 별다른 돌파구는 찾지 못하고 있다. 2012년 부산시는 예산 27억 8600만 원을 들여 미디어아트 벙커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안전성 확보 문제에 봉착해 사업이 무산됐다. 양 방향으로 뚫린 구조여야 소방시설을 확충할 수 있으나, 이 시설은 출구가 한 쪽밖에 없는 막힌 구조라 소방법 규정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영발전협의회는 최근 또다시 개발을 요구하면서 시설을 미디어아트 전시장이나 와인창고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황진수 수영발전협의회장은 “시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탓에 주변이 흉흉하게 방치돼있다”며 “지역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근 협의회 관계자가 찾아와 구상하는 활용 방안을 제시했지만, 내용이 두루뭉술해 구체적인 제안서라고 보기는 어려웠다”며 “현재로서는 광안동 옛 충무시설에 관광 사업 추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