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당 평균 4000만 원 보상… 갈 곳 없는 비석마을 주민들
부산의 대표적인 피란유적 아미동 비석마을 일부 주택이 천마산 모노레일 건설로 결국 철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구청은 감정평가를 토대로 보상금을 제시했지만 실질적인 이주 대책이라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에 주민 반발이 거세다.
서구청은 지난 14일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 철거 대상 건물의 감정평가 금액을 해당 건물 거주 주민들에게 통보했다고 27일 밝혔다.
모노레일 건설로 일부 철거
저평가 금액에 주민들 반발
대부분 고령에 생활비 걱정
서구청 이주대책도 도마에
건물 감정평가는 부산시, 서구청, 마을 주민이 선정한 감정평가사 총 3명이 한 달간 진행했다. 보상 금액은 3명의 감정평가사가 각자 책정한 금액의 평균으로 산출했다. 보상 대상은 총 46세대로 보상 금액은 총 18억 원이다. 세대당 평균 4000만 원 정도다.
앞서 비석마을 일대가 모노레일 하부정거장과 공영주차장 부지로 지정되면서 이주대책을 두고 서구청은 주민과 오랜 갈등(부산일보 3월 2일 자 10면 등 보도)을 빚었다. 비석마을 주민들은 주거권 보장을 외치며 사업에 반대했다. 2020년 10월부터 주거 대책을 두고 협의가 이어졌지만 1년 넘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서구청은 지난해 12월 천마산 조각공원 인근 도로와 경관 조성 등 모노레일 상부 공사를 강행했다.
보상 금액이 확정되자 비석마을 주민들은 ‘갈 곳이 없다’며 반발한다. 주민들은 평균 약 4000만 원으로 책정된 금액으로는 이사 갈 수 있는 주거지가 사실상 없고 생계도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주민 조 모(76) 씨는 “비석마을은 6.25 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임시주거지를 만들면서 형성된 곳이라 대부분이 무허가 주택일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배경도 고려하지 않고 책정한 낮은 보상금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또다시 피란민이 돼 길에 나앉게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비석마을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 고령층이라 마을을 떠나면 늘어나는 생활비 걱정도 크다. 비석마을에 60년 넘게 살아온 주민 장 모(83) 씨는 “마을 주민 대부분 일자리가 없어 행복주택에 입주한다고 해도 관리비를 낼 여유도 없다”며 “구청은 공영주차장 사업을 중단하고 주민들이 70여 년간 터전을 잡은 사랑하는 이 마을에서 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금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지자체가 마을 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할 실질적인 대책도 없이 사업을 강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다. 서구의회 배은주 의원은 “서구청은 이주 대책으로 마을 주민과 행복주택 연계 방안에 대해 말하지만 실질적 지원이 아닌 안내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주민들을 빠르게 내쫓을 생각만 하지 말고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는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신성장사업추진단 관계자는 “추가적인 이주대책은 아직 없으며 토지보상법에 따라 협의 완료된 주민에게 우선적으로 보상 금액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끝까지 협의가 안되는 주민이 있다면 직접 해당 주택을 찾아가 한 분씩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