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회동 한발 늦었지만… ‘용산 시대’ 개막 준비는 착착
신구 권력의 유례없는 충돌 속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첫 회동이 28일 전격 성사되면서 한 차례 제동이 걸렸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도 속도를 낼지 이목이 쏠린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각각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형식의 회동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예정됐던 지난 16일 양측의 첫 회동 무산 후 12일 만에 가까스로 성사된 만큼 산적한 과제가 많지만 무엇보다 차기 정권의 집무실 문제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통의동 집무실서 임기 시작 유력
TF, 이동식 방탄유리·지휘소 등
안보 공백 우려 막을 대안 마련 중
“늦어도 6월 전 용산 집무실 출근”
앞서 윤 당선인은 집권과 동시에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추진했으나 안보 공백을 우려한 문 대통령 반대에 더해 청와대 또한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국무회의 상정도 거부하면서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이에 윤 당선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대통령직 공식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리적 여건상 취임 첫날 용산 집무실에서의 업무가 어려워진 데 따른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는 양측 회동과는 별개로 대안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TF는 윤 당선인의 임기 시작과 함께 주변에 이동이 가능한 방탄유리를 가림막처럼 설치하는 ‘이동식 방탄유리’를 경호 대책으로 준비 중이다. 용산으로 가기 전까지 단기간 사용하는 통의동 건물에 방탄유리를 두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한 방법이다.
또한 ‘청와대 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 대신 이동용 지휘소인 ‘국가지도통신차량’ 등을 이용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소집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 차량은 미니버스 크기로 화상회의시스템, 재난안전통신망, 국가비상지휘망 등을 갖췄다.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 경호 방법도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TF 관계자는 “과학화 시스템을 적용, 대통령 근접 경호 인력은 줄이면서 경호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TF는 설계업체와 함께 국방부 청사 건물 실측을 진행하며 공간 구성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식으로 업체 선정이 이뤄진 것은 아닌 ‘사전 준비’ 차원이라는 게 TF 측 설명이다. 공식 입찰은 예산이 마련되면 조달청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TF는 국방부가 옆 합참 청사로 이사를 완료하는 데 최소 20일, 국방부 청사 건물과 한남동 임시공관 리모델링에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해 이 기간을 최대한 줄여 보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TF 팀장인 윤한홍 의원은 지난 2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용산 시대’ 출범과 관련, “현 정부가 소요 예산에 대해 협조를 안 해 주고 있어 조금 늦어질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실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지금 계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과 관계없이 사전에 실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면 빠르면 한 달, 늦어도 한 달 보름 정도면 (이전을)다 할 수 있다”며 늦어도 6월 전에는 새 집무실로 출근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청와대가 “문 대통령도 광화문 이전을 공약했었다”며 이전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28일 양측 회동에서 이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예비비 승인에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작업을 서둘러 취임 당일 ‘용산 시대’ 개막 구상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