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의 늪’ 탈출할까… 부산지역 대학들 대변신 예고
최근 몇 년 간 신입생 모집에서 어려움을 겪은 부산지역 대학들이 대대적인 학과 개편에 나선다. 특히 ‘프라임 사업’ 영향으로 공대에서 대규모 결원이 발생한 대학들이 대변신을 예고하고 있어, 이른바 ‘프라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동명·신라·인제대 결원 속출 부작용
각 대학 허용 범위 내에서 변신 몸부림
동명대, 반려동물대학·두잉대학 운영
인제대·신라대도 학과 정원 조정 등 시도
■‘프라임 족쇄’, 마지막 1년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일명 프라임(PRIME) 사업은 사회와 산업 수요에 맞게 학과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국비 지원금을 주는 재정지원사업이다. 2014년부터 향후 10년간 인문사회계열 졸업자는 초과 배출되는 반면, 기업이 원하는 공학인력은 20여만 명 모자랄 것으로 예측되자 인력 미스매치를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2016년부터 3년간 국비 6000억 원이 투입됐는데, 부산지역에서는 동명대·동의대·신라대·인제대 등 4개 대학이 프라임 사업에 선정돼 인문·예체능계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사업 취지와 달리 이들 대학은 신입생 모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프라임 사업 이전부터 공대가 주축이었던 동의대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대학은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했는데, 결원의 상당수가 프라임 사업과 연계된 공대 때문이었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동의대는 신설 인공지능학과(40명)를 포함해 3개 공대(정원 1642명)에서 90%대 중반의 높은 신입생 충원율을 보인 반면, 동명대 공대(정원 228명)는 50%대, 신라대 공대(정원 376명)는 30%대에 그쳤다.
공대의 부진은 전체 충원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동명대는 2021학년도 89.0%에서 올해 85.7%로 떨어졌고, 신라대(79.8%→72.6%)와 인제대(79.9%→75.1%)도 역대급 미달 사태로 평가된 전년도보다 더 감소했다. 동의대만 94.4%에서 96.9%로 소폭 올라, 프라임 사업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한 지역대학 관계자는 “올해 입시에서 전문대 공학계열에 합격한 학생이 동아대 공대로 진학하는 등 공대에서 공부할 만한 인재들은 지역의 중상위권 대학이나 수도권·국립대로 진학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살아남으려…뼈 깎는 자구책
프라임 사업 지원 조건에 따라 이들 대학은 원칙적으로 사후관리기간(5년)이 끝나는 2023학년도까지는 관련 학과 통폐합이나 학과 명칭 변경, 정원 조정 등의 개편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남은 1년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위기 의식 속에, 대학마다 교육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학과 개편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대학은 동명대다. 내년도엔 프라임 사업 관련 학과 정원을 60여 명 줄이는 등 전체 정원에서 40%대를 차지하던 공대 비중을 30%대로 낮춘 반면, 국립경상대 동물병원 유치 추진과 맞물려 관련 단과대학인 반려동물대학을 신설했다. 반려동물보건학과(30명), 애견미용·행동교정학과(30명)가 새로 생겼고, 기존 식품영양학과(30명)도 반려동물대학에 포함시켜 동물식품 분야까지 담당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작업치료학과(25명)를 신설하고, 간호학과 정원을 13명 더 늘리는 등 보건복지교육대학도 규모를 키워 ‘웰 라이프(Well-Life) 특성화’를 앞세웠다.
동명대는 또 지난해 무학년·무학점·무티칭을 내건 두잉(Do-ing)대학 커리큘럼을 시범 운영한 뒤 올해 첫 신입생 90명을 모집했다. 내년엔 두잉대학 안에 웹툰·애니메이션학과(30명)를 신설하고, 기존 인문사회대학을 ‘미디어대학’으로 개편하는 등 문화콘텐츠 특성화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곽옥금 입학처장은 “두잉대학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률은 낮았지만 신입생 100%가 등록했고, 제주도에서 진학한 학생이 있을 정도로 타 지역에서 관심이 많았다”며 “지난해 시뮬레이션을 거쳐 올해부터 20대 신입생과 만학도의 수업을 따로 설계해 본격적인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래발전위원회를 발족하고 학과 개편을 준비해온 인제대는 일부 학과를 통폐합하고 반려동물이나 웹툰 등 인기분야 학과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프라임 사업과 연계된 공대의 경우 대폭 개편은 할 수 없지만, 올해부터 BNIT융합대학 내 의생명화학과를 ‘방사선화학과’로 바꾸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방사선화학과는 전국 최초로 기초학문인 화학과 연계전공인 원자력응용공학을 통합해 방사선안전관리사(RI, SRI) 등 국가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허도성 학과장은 “지방에서 현실적으로 순수 기초과학만 고집하기엔 한계가 있어, 정통학문인 화학에다기업 수요가 많은 방사선기술을 연계교육하는 체계로 개편했다”며 “학과 정원을 기존 25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등 학교 차원에서도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대도 전체 신입생 정원 감축을 포함해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의 정원을 조정하고, 일부 학과 명칭을 시대 흐름에 맞게 바꾸는 등 다음 달 중으로 2023학년도 학과 개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