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긴급 잠정조치 4호'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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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사회부 경찰팀장

지난해 10월 말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스토킹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잠정조치 4호’ 처분이 속속 내려지고 있다. 잠정조치 4호는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최대 한 달간(법원 인정 시 두 차례까지 2개월 범위 내에서 연장 가능) 구금하는 것으로 잠정조치 처분 중 가장 강력한 조치다. 폭행, 살인 등 극단적 피해로 이어질지 모를 스토킹의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최근 처분 사례 증가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잠정조치 4호는 더욱 확대 적용돼야 한다. 잠정조치 1~3호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잠정조치 1호는 서면 경고, 2호는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다. 경찰 내부에서도 1~3호는 가해자 인신 구속력이 없어 극단적인 스토킹 범죄를 방지하기엔 미약하다는 회의적 시각이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서울 중구 오피스텔 살인 사건은 잠정조치 4호 확대 적용의 당위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김병찬은 잠정조치 1~3호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도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거나 피해자의 집을 찾았고 이는 잔혹한 살인으로 귀결됐다. 지난달 발생한 서울 구로구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다.

잠정조치 4호의 확대 적용 추세와 당위성 확산에 즈음해 최근 경찰이 법원에 잠정조치 4호를 직접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잠정조치는 일반적인 영장 절차처럼 경찰이 신청하고 검찰이 청구한 뒤 법원이 결정해야 효력이 생긴다. 하지만 이번에도 검찰과 법원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나 나온다니 씁쓸하다. 검찰은 잠정조치 4호가 인신 구속과 관련된 만큼, 체포·구속·압수처럼 검사의 영장 청구 절차가 필수적이라고 보는 듯하다. 반대 목소리가 검·경 영장청구권 논쟁과 맞닿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스토킹 범죄로 인한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현장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잠정조치 4호의 경우 경찰과 검찰, 법원을 거치며 최종 결정까지 길면 일주일가량 걸린다. 긴급 상황 땐 시간적 한계가 분명하다. 경찰은 스토킹 범죄의 반복성·위험성을 현장에서 체감하더라도 이를 형식과 절차에 맞춰 검찰에 소명해야 하고, 검찰이 보완을 요구하면 시간은 더욱 지체된다. 그새 잠재적 위험은 증폭된다.

당장 보호가 절실한 피해자들과 그들의 가족은 사법 당국에 “목숨이 위태위태한데, 그깟 형식과 절차가 뭣이 중하냐”고 물을지 모른다.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 보호는 빈틈이 없어야 하고 빨라야 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해야 한다. 형식과 절차를 탈피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이어야 한다.

최근 부산경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긴급 잠정조치 4호’를 제안했다. 그는 올 1월 경남 양산에서 근무 당시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자 잠정조치 4호를 선제적으로 강구해 처분하기도 했다. 그가 제안한 긴급 잠정조치 4호는 긴급체포 형식과 유사하다. 스토킹으로 인한 강력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을 경우 현장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경찰이 가해자를 임의 구금해 분리 조치하고, 사후에 검찰에 영장 신청 형식을 갖추는 것이다. 긴급 상황에 대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영장주의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도 있는 논의에 나서야 할 때다. n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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