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 상습 침수, 사연댐 수문 설치로 해결해야”
시,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발표
국보 반구대암각화의 상습 침수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연댐에 수문 3개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 20여 년간 임시방편에 그친 반구대암각화 보존책이 향후 수문 설치로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울산시는 28일 반구대암각화 영구 보존책을 연구한 ‘사연댐 수문 설치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는 시와 환경부,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한국수자원공사가 참여했다. 이번 용역에서는 △사연댐 여수로에 3개 수문 설치 △사연댐 여수로에 1개 수문 설치 △수문 설치 없이 여수로 높이 조절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했다.
여수로 수위 60 → 52.2m 낮춰야
3개 수문 설치가 보존 최적 방안
연평균 침수기간 대폭 감소 전망
이들 기관은 지난해 5월부터 올 2월까지 9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사연댐 여수로에 3개 수문 설치’를 최종안으로 확정했다. 사연댐 여수로 47m 지점에 폭 15m, 높이 7.3m 수문 3개를 만들자는 것이다.
반구대암각화는 사연댐 상류로 4.6km 떨어진 저수구역에 있어 비가 많이 내리면 물에 잠겨 훼손되기 일쑤다. 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 침수가 시작돼 56.7m일 때 그림이 완전히 잠긴다. 사연댐에 물을 가두니 상류 수위가 올라가면서 반구대암각화가 잠기는 것이다.
용역안에 따라 수문 3개를 설치하면 60m 높이 사연댐 여수로 수위가 52.2m로 낮아져, 53m 높이 반구대암각화의 침수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집중호우 등으로 물 유입량이 늘어 댐이 만수위 이상 높아질 때도 수문을 열어 암각화 침수를 예방할 수 있다. 암각화 연평균 침수기간도 기존 1~5개월에서 1시간 이내로 크게 줄어든다. 200년 빈도로 발생하는 극심한 홍수에도 침수시간이 최대 18시간인데, 완전 침수는 피할 수 있다. 이는 댐이 없는 자연하천 상태에서의 침수시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공사비는 약 576억 원으로 추산하며, 댐 안전성 사업을 함께 진행하면 796억 원으로 늘어난다. 사연댐 여수로 수문 설치는 기획재정부가 사업비 적정성을 검토해 내년에 착공, 2025년 준공할 예정이다.
다만 수문 설치 시 사연댐 용수 공급이 감소해 ‘낙동강 안전한 물 공급 사업’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문 설치로 인한 사연댐의 예상 용수 공급량은 하루 13만 1000㎥로, 계획량 18만㎥와 비교하면 4만 9000㎥가 부족하다. 그러나 낙동강 안전한 먹는 물 공급 사업은 2025년 공사를 시작해 2028년 마무리될 예정으로, 수문 설치 사업과 3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이 사업은 식수댐인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대신 부족한 물을 경북 청도 운문댐에서 공급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 맑은 물 공급’ 동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중앙부처와 잘 협력해 시민이 기대하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대곡천에 위치한 반구대암각화는 높이 약 5m, 너비 약 8m인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 암반에 고래, 고래잡이 모습, 거북 등 3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진 지구상 가장 오래된 포경유적이자 북태평양 연안의 독특한 해양어로문화를 대표하는 인류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1995년 국보 지정 이후 보존책을 놓고 생태제방, 유로변경, 카이네틱댐(임시 물막이)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번번이 거액의 예산만 날리고 흐지부지됐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