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나만의 향수, 체취
임 의 현 성 심리학자
“씻지 말고 나를 기다려 주시오. 당신의 냄새가 그립소.”
이 글은 나폴레옹이 고국에 돌아오기 전 조세핀에게 보낸 연애편지의 일부다. 사람의 체취가 이성을 빠져들게 만드는 강력한 요소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는 듯하다. 현종을 사로잡은 양귀비도 많은 양의 향수를 사용했다거나,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는 여성들이 자신의 체취를 느끼게 하려고 겨드랑이에 껍질을 벗긴 사과를 끼워뒀다가 땀에 충분히 묻은 사과를 애인에게 줘 그 체취를 맡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강한 체취를 가지고 있는데, 체취는 털이 있는 부분의 피지선과 아포크린(apocrine)이라는 샘에서 유발된다. 넓게 분포된 피지선과 달리 아포크린 샘은 겨드랑이와 음부 근처의 사타구니에 위치하고, 샘에서 발생한 분비물은 땀과 피부의 박테리아와 결합하여 개인의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여기에 겨드랑이와 생식기에 자란 털이 이 냄새를 가두는 역할을 한다. 피부의 박테리아와 결합한 체취는 악취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땀이 과하게 나지 않았을 때 풍기는 적당량의 체취는 무의식적으로 이성을 유혹하기에 좋은 자극이 된다.
향수 시장도 커지고 있고, 취향도 고급스러워지면서 이전과 달리 제형도 다양해지도 있다. 특히 ‘뜨밤템(뜨거운 밤을 보내기 위한 아이템)’이라며 이너퍼퓸, Y-존 시크릿 오일 등의 제품들이 인기가 있다. 이런 제품들은 피부에 직접 사용하기보다 피부에 닿는 속옷이나 여성용품에 1-2 방울 떨어뜨려 사용하는데, 움직임에 따라 나는 향이 살 냄새로 착각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TV나 SNS 등을 보면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의 향수나 바디제품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무엇을 쓰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같은 향수를 사용해도 사용자에 따라 타인이 느끼는 향은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분비물의 양도 다르고 향수의 사용량도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섞였을 때 자신만의 유일한 향이 된다. 어떤 의미에서 향수는 나의 나쁜 체취를 감추려는 목적보다 나의 체취를 매력 있게 만드는 기폭제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은 자기만의 향기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도 늘고, 원하는 향으로 조향해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외모나 키, 목소리, 성격만큼이나 이성에 대한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중요 요소로 체취도 포함되지 싶다.
시각보다 후각이 기억에 더 오래간다고 한다. 관심 있는 혹은 현재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을 정복하고 싶다면, 자신의 냄새를 다스려 좋은 냄새를 풍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은 전략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