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탈시설’ 장애인 1인 1자립홈 지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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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정신우(39·부산 해운대구) 씨는 30년이 넘도록 시설을 전전했다. 가족이 없던 정 씨는 6살 때 처음 경남 통영의 육아원에 들어갔다. 18살에는 장애인 재활원으로 옮겨졌다. 300여 명이 밀집된 재활원에서 그의 개인 공간은 이불 한 평이었다.

스무 살이 된 그는 울산의 한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 장애인 정신병원 강제 입·퇴원으로 논란이 일었던 병원이다. 말이 서툴고 학습을 어려워하는 것 외에 그는 어떤 정신 질환도 없었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14년간 기저귀를 갈고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지냈다. “일을 잘하면 내보내 준다는 의사들의 말만 믿었다”고 했다.

2024년까지 3년간 60명 지원
주택·돌봄·의료 서비스 등
총 4억 투입 안정적 정착 도모

그는 32년간의 ‘수용’ 생활 끝에 자유의 몸이 됐다. 정 씨는 지난해 ‘탈시설’했다. 이제 그는 8평짜리 집에서 온전한 자립 생활을 한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3년간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탈시설 장애인 자립지원 사업은 장애인들이 기존에 머물던 시설에서 나와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택과 돌봄, 의료 서비스 등을 공공이 지원하는 것이다. 부산을 비롯해 서울, 충남, 전북 등 총 10개 지역이 선정됐다. 부산에서는 1년에 20명씩 3년간 60여 명을 대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예산은 총 4억여 원이 투입된다.

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사업의 핵심은 장애인의 ‘자립홈’ 거주다. 시설 수용 개념이 아니라 각자의 거주 시설에서 자립한다는 개념으로,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안정적 정착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현재 부산 지역 내 자립홈은 20여 곳으로, 지난해부터 대부분 민간단체에서 운영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기관이 전세임대권한을 받아 빌린 거주시설 한 곳에 3~4명이 모여 사는 방식이었다. 이번 사업에서 운영되는 자립홈은 1인 1시설로, LH가 장애인 개인에게 직접 임차권을 넘긴다. 이들은 시설에서 나와 임대주택 등 자신의 집을 마련하는 준비 기간 동안 이곳에서 머물게 된다.

부산시에서는 ‘1인 1자립홈’ 을 원칙으로 한다. 수도권 등에서 자립홈 1곳에 장애인 3~4명이 모여사는 것과 달리 장애인 1명당 자립홈 1곳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은 혼자 지내는 자립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정 씨는 이러한 자립홈을 거쳐 독립한 지 6개월이 됐다. 정 씨는 “혼자 살아보니 밥 하는 것도, 설거지하는 것도 전부 신이 난다”며 “모두 태어나서 한 번도 안해본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장애인 탈시설 주거전환지원단 제청란 단장은 “대거 수용하는 것에서 그친 과거의 시설과 달리 장애인 거주시설은 소규모화, 개별화되어가는 추세다”라며 “자립홈 안에서 장애인들이 본인의 삶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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