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 이전 협조’ 원활한 권력 교체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고수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일정 부분 협조 의사를 밝혔다. 28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에서였다. ‘예산을 면밀히 살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문 대통령이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강행을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도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안보 문제가 해소되면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입장에 변화를 보였다. 이로써 대선 후 정치권의 첨예한 쟁점이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의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던 신구 권력의 충돌 양상이 완화되는 모습이라 다행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 전향적 입장 보여
신구 권력, 대승적 자세로 존중해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이번 만남은 사실 여론에 떠밀려 이뤄진 측면이 없지 않다. 두 사람은 당초 지난 16일 만날 예정이었으나 당일 4시간 전에 전격 취소하는 소동을 일으켰으며, 이후에도 법무부 인수위 업무 보고나 한국은행 총재 인선 사전 협의 등을 둘러싸고 전방위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신구 권력이 조속히 갈등을 매듭짓고 원활한 권력 교체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각계의 주문이 쏟아졌다. 이제 두 사람의 만남으로 여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물꼬가 트인 셈이니 이를 계기로 양측은 대화하고 협치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까지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기간 안에 해결해야 할 현안은 첩첩으로 쌓여 있다. 당장 급한 게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다. 윤 당선인 측은 그 규모를 50조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나 현 여권의 협조 없이는 실행키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한 대응 전략 등 안보에도 정부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조직 개편과 인사권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권력의 정점에 선 두 사람의 만남으로 상호 신뢰의 발판은 마련됐으니 남은 건 실무적 협의를 통해 결실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20대 대선은 역대 가장 작은 표 차이로 판가름 났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권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국민의 명령인 것이다. 그만큼 협치는 이제 우리 정치가 외면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전망에 대해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역대 같은 시기 다른 당선인보다 낮게 나온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당선인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 표 차이라도 진 것은 진 것이다. 문 대통령 측은 이를 통감하고 윤 당선인의 정책을 존중해야 한다. 떠나는 권력과 들어설 권력은 그렇게 서로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소모적 갈등으로 국민을 불안케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