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락된 마리우폴… 시장 “16만 시민 생명 구해 달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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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얻어내고자 하는 땅 ‘돈바스’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이 사실상 러시아군에 넘어갔다고 마리우폴 시장이 밝혔다. 3주 만에 마리우폴은 주택의 약 90%가 파괴될 정도로 폐허가 됐고, 민간인 최소 5000명 이상이 희생됐다. 마리우폴 시장은 남은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우리 권한 안에 있지 않고, 불행하게도 우리는 점령군 손 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수, 전기, 난방이 모두 끊겨 생활이 불가능한 도시에 현재 16만 명의 주민이 머물고 있다.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보이첸코 시장은 도시의 모든 탈출 통로가 러시아군에 의해 봉쇄됐다며 “마리우폴에서 완전히 탈출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민간인 탈출을 허용해 줄 것을 호소했다. 최근 마리우폴에서는 식수와 식량을 구하지 못하거나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돈바스·크림반도 연결 요충지
주택 90%·민간인 5000명 희생
3만 명 러시아 강제 이주 가능성
우크라, 이르핀 등 재탈환 성공

보이첸코 시장은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현재까지 마리우폴에서 210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5000여 명의 주민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인도주의적 호송대가 도시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며, 매일 1700명가량이 마리우폴에서 대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버스 26대가 피란민을 기다리고 있지만 여전히 이동 허가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리우폴 시장은 “러시아군이 첫날부터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다”며 현 상황이 우크라이나에 매우 불리함을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마리우폴의 주택 약 90%가 피해를 봤으며, 그중 60%는 직격탄을 맞았고 40%가 파괴됐다. 마리우폴의 병원 중 7곳이 피해를 봤고, 3곳은 완전히 파괴됐다. 산부인과 병원 3곳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교육기관의 피해도 극심했다. 마리우폴의 학교 57곳과 유치원 70곳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피해가 발생했다. 여러 공장들도 피해를 봤으며, 항구 또한 파괴됐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인구 40만 명 이상이 거주했던 마리우폴에서 14만 명 이상이 도시가 포위되기 전 떠났으며, 포위 기간 동안 15만 명가량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 우크라이나측은 앞서 마리우폴에서 약 3만 명이 러시아로 강제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군이 돈바스와 마리우폴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도시 탈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날 수도 키이우 주변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한 도시 이르핀을 탈환하는 등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올렉산드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반가운 소식이 있다. 이르핀이 해방됐다”고 알렸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르핀에서의 반격을 시작으로 인근 부차와 소스토멜 등 소도시 탈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키이우에서도 상당수 러시아군이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키이우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통행금지가 완화되는가 하면, 온라인이긴 하지만 학교도 다시 문을 열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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