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조건부' 협조…尹 집무실 이전 당겨질까?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구상에 대해 '조건부' 협조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집무실 이전 비용을 조기에 승인해 줄지, 윤 당선인 취임 전 실질적인 집무실 이전 계획이 집행될지 주목된다.
28일 청와대 회동에 배석한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 브리핑에 따르면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에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차기 정부의 몫이고,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안보 공백'을 이유로 부정적이었던 최근의 갈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진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면밀한 검토를 전제했다는 점에서 '속 시원한' 협조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워보인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협조 발언'에 대해 "실무적으로 시기나 이전 내용을 서로 공유해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며 청와대 측의 전향적인 기류에 무게를 실었다.
윤 당선인이 애초 공약한 5월 10일(취임식) 입주 일정을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이른 시일 내 이전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당선인이 이날 문 대통령 앞에서 "전 정권, 전 전 정권, 또 문민정권 때부터 (대통령들은)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했는데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이전을 못 하지 않았나. 이번 만큼은 꼭 이걸 좀 하고 싶다"며 의지를 밝혔다고 장 비서실장은 전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회동으로 이전에 비해 진전된 측면은 있지만 극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다.
청와대 측에서는 장 실장의 발표한 문 대통령의 발언 중에서는 "면밀히 따져서 협조하겠다"는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 계획에 무조건 협조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예산 편성안을 가져오면 이를 최대한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면밀히 따지겠다'는 것에는 그동안 청와대가 언급해 온 '5월 10일 이전으로 인한 안보공백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장 비서실장도 이날 회동에서 '예비비 승인'에 관한 명시적인 언급이 있었는지에 관해 "그런 절차적, 구체적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때 윤 당선인이 취임하는 '5월 10일 용산시대 개막'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예비비를 집행해 국방부가 옆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이사를 하고, 대통령 집무실로 쓰게 될 국방부 청사와 한남동 임시관저에 대한 리모델링 작업을 완료하기까지 절차와 관련해 최소 6∼8주 사이가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거꾸로 시간을 계산하면 이미 데드라인을 넘겼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조건부 협조 발언이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스케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계속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