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다큐 사진에서 찾는 현실과 이면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우리가 보는 세상과 실제 세상과의 차이를 느낀다.
프랑스 사진 그룹 MYOP 소속 사진가들의 전시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가 부산 해운대구 우동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관이 마련한 해외교류전이다. MYOP은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진을 전망하고,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사진가들의 집단으로 2005년에 발족했다.
고은사진미술관의 해외교류전
프랑스 사진 그룹 MYOP 작가 6인
사진 속 세상과 실제의 차이 다뤄
전시 제목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는 폴란드 출신 미국 철학자 알프레드 코집스키의 표현에서 따왔다. 이것은 현실과 인식의 차이를 설명한다. 20인으로 구성된 MYOP 소속 사진가 중 이번 전시에는 에드 알콕, 기욤 비네, 피에르 이브르, 알랭 켈레, 줄리앙 페브렐, 스테판 라구트 6명이 참여한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작품들은 MYOP의 성향을 보여주는 집단 작업이다. 사진가의 과거와 최근 사진을 비교·전시해, 각자의 작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중에서 고 김창열 작가의 아들 김오안 사진가가 1998년 프랑스와 2016년 한국에서 아버지를 찍은 두 장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에드 알콕은 인간과 야수의 사라져가는 연결고리를 찾는 ‘개와 늑대 사이’를 전시한다. 사진가는 브르타뉴에 있는 모르비앙의 길을 여행하며 동물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피에르 이브르의 ‘야생의 삶’은 산길에서 만난 청년과 그의 늑대 사진에서 시작한다. “여기서는 누구나 행복하게 산다”는 청년의 말에 사진가는 피렌체산맥을 여행하며 히피 공동체가 그대로 남아있는 마을과 사람을 카메라에 담았다.
스테판 라구트의 ‘베이루트 75-15’는 1975년 내전 발생 이전의 모습이 담긴 네거티브 필름을 구하면서 시작된 작업이다. 누군가가 찍었을 사진 속 ‘밝은 과거’가 2015년의 베이루트 풍경에 중첩된다.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섞인 작품을 콜라주처럼 전시해 또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줄리앙 페브렐은 루마니아 항구도시 술리나의 모습을 포착한 ‘술리나/인술라’를 전시한다. 다뉴브 강으로 한때 영화를 누렸으나 이제는 쇠락한 도시의 모습이 담겼다.
기욤 비네의 ‘작가들의 미국’은 사진가가 문학 여행을 떠나며 촬영한 사진들이다. 지리적 환경이 문학에 어떻게 스며드는가를 찾아가는 과정이 로드무비처럼 기록되어 있다. 알랭 켈레 ‘모텔 파라디소’는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의 모습을 흑백 사진에 담았다. 작품 제목은 사진가가 차를 타고 현장을 지나가며 실제 본 건물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다큐멘터리 사진이지만 사진가와 피사체의 내면이 들어가 있어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다. 전시는 4월 17일까지 진행된다. 051-746-0055. 오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