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의 나눔온도 108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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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식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희망2022나눔캠페인이 1월 31일까지 총 62일간의 여정이 끝났다. 112억여 원이 모였고 나눔 온도는 108도로 마무리됐다. 이렇게 모인 성금은 2022년 한 해 동안 돈이 없어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수도와 전기가 끊겨 기본적인 생활조차 이어나가지 못하는 이들이 없도록 사랑의 열매는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회안전망이 되도록 하겠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사회문제에 적극 대응하여 부산시민 모두가 일상으로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함께할 것이다.

캠페인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감사하다’, ‘고맙다’라는 말이다. 사랑의열매를 통해 지원받은 이들도 아니고 사랑의열매에 기부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다.

각자 나이도 다르고 기부하는 방법과 금액도 다르지만 하나같이 하는 말은 ‘감사하다’였다. 적게는 몇만 원부터 많게는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면서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그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아이의 손을 잡고 방문한 아빠와 엄마는 “아이가 기부를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아이라서 금액이 크지 않지만 사랑의 열매가 환대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경험으로 아이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힐 수 있게 될 것 같다. 아이의 삶에 좋은 기억을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한다. 분명 아이가 기부를 하기까지 많은 시련(?)이 있었을 것이다. 엄마, 아빠의 심부름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적극 도와야 하고, 무엇보다 갖고 싶은 장난감, 먹고 싶은 간식을 참아야 하는 큰 시련도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것을 극복한 아이와 아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을 부모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열매에 감사함을 표하는 부모의 모습이 직원들의 환대보다 아이의 기억에 깊이 남아 아이의 삶을 따뜻하게 이끌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렇다면 1억 원이라는 큰 금액을 기부하면서 ‘죄송하다, 감사하다’라고 말씀하신 어느 대표님의 말씀은 무슨 뜻일까?

“내가 혼자 잘나서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데,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야 겨우 왔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으로부터 뭔가를 받았을 때 고마움과 감사함을 표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오히려 그 큰돈을 기부하고 감사함을 표하는 것은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너무 기쁩니다. 이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좋아서 아내와 서로 바라만 봐도 웃음이 멈추질 않습니다. 이런 기분을 알 수 있게 해 주어 너무 감사합니다.”

이 분의 이야기를 통해 큰 금액을 기부한 사람들이 오히려 감사함을 표하는 이유를 짐작해본다.

사람들은 저마다 타고난 그릇이 있다고 한다. 내 그릇만 채우고자 욕심을 부리다 보면 물이 넘쳐 내 옷과 주변을 적시고 흘러넘친 물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기도 한다. 그릇을 아직 채우지 못한 사람에게 나눠 주면 나와 내 주변이 물에 젖어 엉망이 되는 일도 없고 물이 부족해 목이 마른 이도 없을 것이다.

부산의 나눔 온도를 올려주신 모든 분들이 내 그릇에 담을 물보다 채워지지 않은 타인의 그릇, 그로 인한 그들의 목마름을 먼저 살펴보신 분들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우리의 이웃을 먼저 돌아보고 나눔을 실천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린다.

최근 안타깝게도 역대 최대, 최장 산불로 또 다른 고통을 받는 이들이 생겼다. 사랑의열매는 강원도 산불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4월 중순까지 특별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로 무너진 일상에 산불의 고통까지 더해진 이들이 빨리 일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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