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단이 2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진 뒤 응원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벤투호가 월드컵 최종예선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예선 무패 기록과 조 1위 목표도 무산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 원정 경기에서 아랍에미리트에 0-1로 졌다. 후반 9분 하리브 압달라 수하일에게 역습 결승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후반 9분 역습 골 허용 0-1 패
예선 무패·조 1위 목표도 무산
단조로운 공격·세트피스 허술
‘원톱’ 황의조 오랜 침묵도 고민
‘빌드업 축구’ 완성도 더 높여야
내달 2일 조추첨 포트3 유력

이미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벤투호는 이날 승리로 최종예선을 조 1위로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허무하게 패하면서 승점 23(7승 2무 1패)에 머물러 레바논을 2-0으로 이긴 이란(승점 25·8승 1무 1패)에 승점 2 차이로 뒤진 조 2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2010 남아공 월드컵(2차 예선 3승 3무, 최종예선 4승 4무) 이후 12년 만에 무패로 월드컵 예선을 통과하려던 목표도 물거품이 됐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진 것은 2006년 1월 두바이에서 치른 친선경기(0-1) 이후 16년여 만이다. 아랍에미리트전 6연승 행진도 멈췄다. 통산 전적은 13승 5무 3패가 됐다.

이날 한국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아랍에미리트를 맞아 시종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패배를 자초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전방 압박 강도가 강했다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이 느슨했다. 지난 25일 이란전(2-0 승) 때와는 비교되는 경기력이었다.

이란도 강력한 압박 수비로 벤투호를 괴롭혔지만, 벤투호는 활발한 몸놀림과 틈새 공략으로 이란을 침몰시켰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전에선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후방과 미드필드에서 패스가 자주 끊겼고, 이는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는 빌미가 됐다. 좌우 측면 돌파와 크로스에 치중한 단조로운 공격 패턴도 상대에게 읽힌 뻔한 수였다. 벤투호 특유의 ‘빌드업 축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황희찬, 황의조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도 따랐지만, 전반적으로 공격의 날카로움은 현저히 떨어졌다. 발가락 부상으로 결장한 황인범의 빈 자리가 커 보였다.

세트피스의 약점도 드러났다. 벤투호는 무려 코너킥 기회를 16차례나 얻었지만, 한 차례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그다지 위협적인 장면조차 나오지 않은 점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원톱’ 공격수 황의조의 침묵도 벤투호에겐 고민거리다. 황의조는 최종예선 8경기에 나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지난해 6월 투르크메니스탄과 2차 예선 경기(한국 5-1 승)에서 2골을 넣은 게 벤투호에서 기록한 마지막 득점이다.

이번 아랍에미리트전 패배를 통해 한국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적지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 카타르에서 맞닥뜨릴 상대들은 대부분 아시아권 국가보다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한다. 이들 팀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고 빌드업 축구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야 본선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전반적으로 컨디션, 체력, 집중력 저하와 선수 부족이 불안한 볼 키핑, 전열의 간격 유지 실패, 뒷공간 허용 등의 결과를 낳았다”며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데드볼 상황이 매우 소중한 만큼 세트플레이를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추첨은 내달 2일 오전 1시 카타르 도하의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한국은 포트3이 사실상 확정적이지만, 포트4 팀이라도 한국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팀은 거의 없다. 한국이 맞붙을 본선 상대 팀에 따른 맞춤식 평가전을 통해 11월 개막일까지 전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