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수부 ‘갑질’에 북항 재개발 사업 표류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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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북항의 트램 차량 구입 비용을 댈 수 없다는 해양수산부의 주장이 결국은 자의적인 법 해석에 따른 어깃장에 불과했음이 밝혀졌다. 법제처가 트램 차량 비용은 해수부 부담이 맞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해수부가 지난해 10월 느닷없이 ‘트램 차량 비용은 부산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북항 1단계 재개발 제10차 사업계획 변경안을 들고 나와 시와 지역사회로부터 큰 반발을 산 지 5개월 만이다. 법제처의 결론에 따라 시와 해수부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게 돼 다행이라 하겠지만, 오랜 기간 소모적인 논쟁으로 부산의 숙원인 북항 재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게 한 데에는 해수부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법제처 “트램 차량 해수부 부담” 유권해석
책임질 사람 책임지고 사업 진척시켜야

북항 1단계 재개발에서 트램 사업은 핵심 콘텐츠로 꼽힌다. 노면 전차인 트램은 북항 재개발 지역을 관통하는 교통수단이자 관광자원이기 때문이다. 이중 트램 차량 비용은 18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해수부는 그동안 트램 차량 자체는 항만재개발법상 기반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트램 차량이 기반시설이라면 법에 따라 그 구입비를 해수부가 부담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시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제처는 “항만재개발사업 기반시설로서의 철도의 개념을 축소 해석해 철도 차량을 제외하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고 명시했다. 해수부가 멋대로 관련 법령을 해석했음을 지적한 셈이다.

해수부의 독선적인 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이전에도 많았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시가 트램 차량 구입비를 부담해야 하는 근거로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했으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질문이 이어지자 사실은 해수부 자체 판단이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법적 근거가 없어 트램 차량 지원이 불가하다던 해수부가 내부적으로는 철도 건설을 국비로 지원할 수 있는 ‘항만재개발사업 재정 지원 지침’을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도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해수부가 트램 차량 문제를 순리로 풀 수 있었음에도 엉뚱한 사유를 들이대며 고의로 사업 진행을 막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해수부의 행위는 갑질에 다름 아니었다. 부산 시민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장관이 거짓말까지 하며 사실을 왜곡했을까. 더 안타까운 건 그로 인해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의 완료시기가 크게 늦춰졌다는 점이다. 당초 예정했던 올해 5월 완공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갔으며, 해수부가 예정한 2024년에도 사업이 마무리될지 의문이다. 이렇게 북항 재개발 사업이 표류하게 만든 데 대해 장관을 포함해 해수부 내에서 책임질 사람은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해수부는 법제처 유권해석이 나오자 마지못해 트램 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등 북항 재개발 사업을 조속히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는데, 그에 앞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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