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들던 중장비 기름값이 3억” 하도급 대금 갈등 커지는 건설현장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현장에서 하도급과 원청업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업체를 비롯해 지역 하도급 업체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건설사에 공사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 전문건설협회는 최근 하도급 대금 조정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전국 100대 건설사에 발송했다고 30일 밝혔다. 공문에는 공급원가가 변동되면 하도급 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조정 신청 10일 안에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법령도 안내했다. 부산 전문건설협회 한종석 사무처장은 “올 들어 하도급 대금 조정 문의가 평소보다 50%가량 증가했다”며 “최근에는 공사를 포기하는 업체도 속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루미늄값도 갑절가량 올라
협력업체에 인상분 전가 논란
부산 전문건설협회 협조 공문
원청·하청 중재 장치 마련돼야
이달 초 파업을 벌였던 부울경 철근콘크리트협의회(이하 협의회)는 급상승한 원자재 가격과 물가에 관한 용역을 실시 중이다. 용역을 통해 산출된 물가변동률을 회원사에 제공해 사업장별 협상 자료로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협회가 용역에 나선 것은 파업 이후에도 개별 사업장마다 공사비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부울경 철근콘크리트협의회 정태진 회장은 “개별 사업장마다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철근콘크리트 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곳이 많다”며 “전국 건설사에도 재차 공문을 보낸 후에도 지속적으로 피해가 발행하면 2차 파업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하도급 업체들은 급등하는 원자잿값 상승으로 경영난을 호소하며, 건설사의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부산의 한 중견 업체 대표 A 씨는 “토목 공사에 동원되는 중장비 연료(경유) 비용이 한달 2억 원 수준에서 3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며 “거푸집에 들어가는 알루미늄은 kg당 2300원 하던 것이 4500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고 전했다. A 씨는 “지난해 건설사는 사상 최대 순익을 냈지만, 협력업체들은 최근 수익성 악화로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며 “아파트 공사의 경우 분양가를 변동할 수 없다는 사정은 알지만, 하도급 업체에 물가 인상의 고통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갈등이 심화하자 원사업자와 하도급업체의 갈등을 제도적으로 중재할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현재 관급공사는 물가인상을 고려해 공사비를 책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민간사업장은 업체끼리 협상을 하다 보니 하도급 업체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사무처장은 “공사 수주를 위해 하도급 업체가 출혈을 감수하던 관행이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업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장은 물가상승분을 조합에 요구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를 반드시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송지연 기자 s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