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버거운데… 치솟는 밀가룻값에 치명타 맞은 빵집·중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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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밀가루 등 각종 식재료 가격이 올라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부산일보DB

3년 차 ‘벼랑 끝 영업’을 이어가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연초 커피 원두가격 인상으로 카페마다 초상집이 된 데 이어 이번 달에는 국제 밀 가격 폭등으로 베이커리와 중식당 등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 서구에 베이커리를 보유하고 있던 A 씨는 결국 지난달 폐업신고를 냈다.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1인숍의 장점을 살려 끈질기게 버티던 A 씨였다. 그러나 한 달 사이 40% 이상 오른 밀가루 가격에는 버텨 낼 재간이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작황 부진 탓
재룟값 몇 달 새 40% 넘게 올라
단골 떨어질까 음식값 인상 주저
수익 급감하거나 못 버텨 폐업도
밀 부족 장기화 전망에 전전긍긍


A 씨는 “매달 수입 유기농 밀가루를 4포 정도 썼는데 20만 원 안팎이던 밀가루가 28만 원까지 뛰었고 거기에 버터 등 유제품 가격까지 덩달아 올랐다”며 “작년과 재작년 코로나 시국에도 버텼는데 그때보다 못한 한 달 수입을 보고 나니 회의가 밀려와서 가게를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빵과 국수 등 서민 먹거리와 직결된 식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은 지난 25일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t당 405.0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283달러를 오가던 데 비하면 43.0% 오른 가격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며 국제 밀 가격은 지난 7일 한때 475.46달러까지 치솟았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 내로라하는 밀 생산국인 터라 국제 가격이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미국과 호주 등 이를 대체할 밀 수입국이 있지만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국제 밀 가격은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해운대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B 씨는 ‘주변의 말을 듣고 사재기라도 해 놓는 게 나을 뻔했다’는 이야기까지 꺼냈다. 이미 지난달부터 밀가루 가격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는 오간 터였다. B 씨는 “밀가루는 면에만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튀김가루 등 다른 식재료까지 가격이 다 올라서 이래저래 타격이 크다”고 했다. 그는 밀가루 면이 주를 이루는 짜장면과 짬뽕은 이달 들어 팔아도 수익이 30% 이상 빠지기 시작했다며 울상이다.

충분한 물량을 비축해 둔 대형 요식업체는 아직 밀가루 가격 인상의 쓰나미에서 안전지대다. 그러나 다량으로 밀가루를 쟁여 두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연일 출렁이는 밀가루 가격의 피해를 고스란히 다 뒤집어쓰고 있다.

게다가 오미크론의 확산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정점을 찍고 있어 오른 밀가루 가격을 쉽사리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는 게 이들 자영업자다. 외식 손님 등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단골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가격 인상은 더욱 망설여진다.

통상 전문가들은 안타깝지만 밀가루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안정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조기에 끝난다 해도 이미 이상기후 등으로 식자재 수급이 요동을 치고 있는 데다 정권 교체기까지 겹쳐 효율적인 대응은 미지수라는 것.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문철주 교수는 “세계적인 공급 부족에 새 정부의 시행착오 등을 모두 변수로 감안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단순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종식되면 같이 끝난다고 보기 힘들다”며 “밀가루 등 식자재는 지금까지는 비축분으로 어느 정도 버텨 오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사태를 좀더 장기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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