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 공급, 러시아 대신 카타르?
세계 2위 가스 수출국 카타르가 러시아를 대체할 유럽의 새 가스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0일 카타르와 장기 에너지 협정을 체결한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이 카타르와 장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협상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2위 가스 수출국 카타르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구매 협정
카타르는 지난 20여 년간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 LNG를 수출했다. 카타르가 오랫동안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했지만, 유럽은 지리상 가깝고 기존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이 가능한 러시아를 선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이 러시아를 대체할 공급원을 찾으면서 카타르가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유럽은 카타르 외에도 앙골라, 알제리, 리비아, 미국의 가스 생산 업체와 가스 구매를 논의 중이다.
카타르는 앞으로 287억 달러를 투자해 가스 생산량을 40% 확대하기로 했다. 투자가 완료되면 2026년 카타르의 연간 가스 생산량은 3300만t으로 확대돼 유럽 가스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은 지난해 러시아 가스 1370만t을 수입했다.
가스 대금의 루블화 결제를 요구하며 으름장을 놓았던 러시아는 유럽이 에너지 공급처 다양화에 나서자 급히 한발 물러섰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통화에서 가스 대금을 유로화로 계속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푸틴 대통령이 유럽 등 비우호 국가에 천연가스를 팔 때 대금을 유로나 달러가 아닌 자국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시행일은 하루 앞둔 상황이었다.
러시아가 꼬리를 내린 데는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면서 급격히 올라간 미국산 LNG의 점유율도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전문매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서 미국산 LNG의 점유비중은 지난해 말 7%에서 올 2월 32%까지 올랐다.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할 공급처를 찾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 물량의 3분의 2를 줄이고, 2030년 이전까지 러시아의 화석연료에서 독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이날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에 대비해 비상대응 1단계인 ‘조기경보 단계’에 돌입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