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뢰성 있는 기후정보로 산불피해 줄이자!
신도식 APEC기후센터 원장
2022년 3월, 부산 아홉산의 산불로 재와 분진 등이 날려 해운대와 수영 일대의 많은 시민이 눈 따가움, 알레르기 반응 등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한, 경북 울진군과 강원 삼척시에서 같은 3월에 발생한 산불은 산림청의 산불피해 면적에 관한 통계가 집계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었다. 그동안 가장 산불피해 규모가 컸던 ‘2000년 4월의 동해안 산불’ 때 보다 더 많은 숲이 이번 산불에 소실되었다. 정부는 이번 산불로 피해가 큰 경북 울진군과 강원 삼척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피해복구를 지원한다. 이번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2000년 4월의 동해안 산불, 2005년 4월의 양양산불, 2019년도 4월의 강원도 동해안 산불에 이어 4번째이다.
기상청의 ‘2021년 겨울철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겨울철(2021년 12월~2022년 2월) 전국 강수량이 13.3mm로 50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이는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년 강수량인 89mm보다 75.7mm가 적어 겨울철 평년 강수량의 14.7%에 불과했다. 또한, 겨울철에 비나 눈이 온 강수일수도 11.7일로 평년의 19.5일보다 7.8일이 적어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반면에 일조시간은 이번 겨울 동안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가물고 건조해 한반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최근 기후변화로 산불 횟수도 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부터 3월 5일까지 245건의 산불이 발생해 작년 동기간의 126건보다 거의 2배 늘었다. 2019년부터 2021년 최근 3년 동안 같은 기간에 평균적으로 발생한 산불 횟수인 135건과 비교해도 80% 이상 증가했다.
현재 최첨단 IT기술과 기상정보를 이용해 불이 난 이후 신속 대응에 역점을 둔 산불방지 시스템을 정부가 설치해 산불 대응·진화에 잘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뢰성 있는 지역 기반의 기후정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로 건조하고 가물어진 지역을 파악해 지역 내의 산불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면 산불에 대비하는 효과가 더 좋아질 수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산불의 원인은 입산자의 실화 34%, 논·밭두렁 소각 15%, 쓰레기 소각 14%, 담뱃불 5%, 성묘객 실화 3% 등이었다. 산불은 사람들이 조금만 주의를 한다면 막을 수 있는 재난이다. 오랫동안 가물고 건조해진 기후로 산불이 쉽게 발생할 지역과 나무와 낙엽이 마른 상태 등에 관한 기후정보를 입산자와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산불 취약지역 내 이들의 산불에 대한 경계심을 한층 높이는 것이다.
한편, APEC기후센터는 산불 및 연무로 큰 피해를 보는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섬에 산불·연무 조기경보를 위한 화재 발생 위험도 정보를 매년 제공해 산불피해 예방을 돕고 있다. 이 지역의 6개월 강우량 예측정보를 이용해 1년 중 강우량이 매우 적은 기간인 8월부터 10월 사이 산불로 인한 화재 및 연무 발생 가능성에 대한 예측정보를 매년 4월부터 7월 사이에 제공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의 재난·재해 관리자와 정책 결정자들이 이 예측정보를 활용하여 화재·연무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기기후 예측정보를 바탕으로 산불 발생의 위험성이 높은 지역을 예측해 산불 발생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산불 취약지를 선택하고 산불 취약 정도를 파악해 인력·자원을 우선으로 배치해 관리함으로써 산불 발생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산불 예방을 위해 우선 각 지역의 상세화된 신뢰성 있는 기후예측정보의 생산·제공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선제적 산불 예방을 위해 지자체에서는 올바른 자원 집중 전략을 세우고 이행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우리 국가와 사회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기후예측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연구에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