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농산물 ‘독성물질’ 실태 조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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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단체 시청 앞 기자회견

낙동강 하류에서 생산한 쌀 등에서 녹조류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부산일보 3월 23일 자 10면 보도)를 두고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낙동강 농산물의 학교 급식 사용 금지와 실태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근본 대안으로 낙동강 보 개방을 요구했다.

낙동강부산네트워크, 부산환경회의, 안전한학교급식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31일 오전 9시 30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에서 낙동강 농산물의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무·배추서 발암물질 검출
낙동강 보 개방 통한 근본 대책
학교 급식 사용 금지 등 촉구

지난해 12월 환경운동연합이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 낙동강 물로 생산한 쌀을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쌀 1kg당 3.18㎍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앞서 낙동강 물로 재배한 무와 배추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1㎏당 마이크로시스틴이 각각 1.85㎍, 1.1㎍ 가량 검출됐다.

이를 성인의 하루 쌀(300g)과 무·배추 섭취량(각각 100g)으로 환산하면 일일 마이크로시스틴 섭취량은 1.249㎍(합산 기준)으로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의 생식 독성 기준의 20.81배가 넘는 수치가 나온다.

이들 단체는 “마이크로시스틴은 독성 물질의 대표 격인 청산가리의 100배나 되는 맹독이고, 국제암연구기관(IARC)에 의하면 발암물질에 해당한다”면서 “이 밖에도 간과 폐, 혈청, 신경, 뇌의 영향을 끼치고, 정자와 난자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생식 독성까지 띠고 있는 아주 위험한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낙동강 물을 사용한 농산물에서 발견된 독성 물질이 아이들이 먹는 학교 급식에 포함될 수 있다면서 정부 측이 즉각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나서 급식에서 낙동강 농산물 사용을 금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낙동강부산네트워크 강호열 공동대표는 “이렇게 위험천만한 독성 물질이 주식인 쌀과 김치에 포함돼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어느 정도 규모로 유통되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부산시와 정부가 당장 실태조사에 들어가 규모를 파악하고 그 위험성을 부산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동강 독성 물질 제거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으로 낙동강 보 개방도 촉구했다.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농업용수를 사용한 탓에 녹조 독이 든 농산물이 생산되고, 해당 농산물이 유통돼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농산물 불매운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과 대구 등에서도 낙동강 농산물에서 발견된 독성물질 실태조사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 바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12개 단체가 모인 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와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등은 지난달 29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에 낙동강 녹조 독소가 포함된 농산물이 사용되지 않도록 정부와 시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태조사와 걸맞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 국회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이수진 의원 등도 ‘세계 물의 날’인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조 독소는 우리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신속하고 광범위한 녹조 독성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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