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허위 ‘특허 CCTV’에 두 번이나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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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정차단속 CCTV 납품 비리

부산을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50여 곳에 저급 불법주정차 단속 CCTV를 납품해 거액의 이익을 챙긴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업체(부산일보 3월 17일 자 8면 보도)가 예전에도 다른 회사 명의로 ‘거짓 납품’한 행위가 적발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 비리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조달청과 지자체가 사실상 같은 업체에 두 번이나 속은 셈이다. 행정 기관의 부실한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30일 부산경찰청과 부산지역 기초지자체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불법주정차 단속 CCTV를 납품한 A사는 과거 B사로서 같은 제품을 납품하다 한 차례 허위 납품 사실이 발각돼 조달우수제품 지정이 취소됐다. 업체명만 다를 뿐 B사와 A사는 사실상 같은 회사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저급 제품 110억어치 납품 의혹
비리 의혹 업체 4년 전에도 발각
적발되자 업체 명의 바꿔 재판매
하자 제품을 조달우수제품 재등록
조달청 “납품 관리 책임은 지자체”
관리 부실 조달청, 책임 떠넘기기

B사는 2015~2017년 불법주정차 단속 CCTV를 지자체에 납품해 250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B사는 2015년 특허기술을 인정받아 ‘조달우수제품’으로 지정됐다. 조달물자의 품질 향상과 업체의 판로 개척을 위해 조달청이 우수제품을 선정하는 제도다.

그러나 2017년 B사의 제품이 조달청에서 인정받은 기술과 달리 현장에서는 특허 기술이 구현되지 않는다는 이의신청이 들어와 조달청이 조사에 나섰다. 당시 B사는 행정소송을 걸었으나 결국 패소했다. 2018년 조달청은 해당 CCTV에 대해 조달우수제품 지정을 취소했다.

허위 납품으로 조달우수제품 지정이 취소된 바로 그해 10월, B사는 A사로 명의를 바꿔 불법주정차 CCTV 재판매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사는 A사의 주식 지분 95%를 소유하고 있다. 상법상 한 회사의 주식을 50% 이상 소유할 경우에는 모자 관계로 규정된다.

B사 스스로 A사와 사실상 같은 업체이며, 같은 제품을 취급한다는 것을 증명한 자료도 확인됐다. <부산일보>가 입수한 ‘불법 주정차 단속 시스템 기술 제휴 업무협약서’에는 문제의 B사가 A사와 불법 주정차 CCTV의 기술을 모두 제휴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제품에 문제가 발견돼 판매가 취소된 B사 스스로 A사로 명의만 바꿔 문제의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서로 인정한 셈이다.

부산경찰청은 A사가 불법 주정차 CCTV의 핵심 부품을 계약 내용과 다른 저급으로 바꿔 납품해 11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A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판매 취소된 제품을 조달 우수제품으로 재등록한 조달청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달청의 조달우수제품 검증 시스템을 믿고 물품을 구매하는 지자체 특성상 불법 행위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은 조달청에 있다.

이에 대해 조달청 우수제품구매과 관계자는 “조달우수제품은 판매업체가 아닌 제품을 보고 외부 전문위원의 심사로 선정되기 때문에 절차상 판매 취소된 업체를 거르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약 30조 원의 조달청 제품을 조달청에서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납품관리 등의 책임은 지자체에게 일부 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A사 측에 연락처를 남기는 등 연락을 시도했으나 대표 C 씨의 입장을 듣지 못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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