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대우조선 사장 선임은 문 정권 알 박기 인사”… 청와대 “인수위가 되레 눈독”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1일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 선임에 대해 ‘정권 말 알박기 인사’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청와대는 곧바로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맞받았다.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간 청와대 회동으로 잦아드는 듯했던 신구 권력 충돌이 사흘 만에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브리핑에서 “대우조선해양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며 “인수위는 부실 공기업에서 벌어진 해당 사안이 감사 대상이 되는지 감사원에 요건 검토와 면밀한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박 신임 대표는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선임됐다.
“문 대통령 동생 동창 사장 임명
몰염치한 처사”라며 날 선 비판
청와대 “이번 인사에 개입 않아”
대우조선 노조 “여론몰이 중지를”
대우조선은 부실경영으로 10조 원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분 55.7%를 갖고 있다. 인수위는 이를 근거로 대우조선해양을 사실상 공기업으로 규정하면서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조율할 새 경영진이 필요한 게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원 부대변인은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이번 인사에 대해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 등 날선 비판을 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5년 전 취임하기 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정권 교체기 인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라고 직격했다.
인수위가 문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며 이번 인사를 비판하자 청와대도 발끈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에 대해 인수위가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했기에 말씀드린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 청와대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윤 당선인 측이 그 자리에 보은성 인사를 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는 반박인 셈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으로 지난 24일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이번 대표 선임에 대한 내부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임기 말 친정부 인사에 대한 ‘알박기’라고 거듭 지적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기업결합이 무산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신임사장 인사에 대한 여론몰이는 당장 중지돼야 한다"며 인수위 측의 문제 제기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거제 지역 경제계에서도 이번 논란이 독자경영을 위한 정상화 작업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전창훈·김민진 기자 j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