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형 회사 전환’ 선언한 KT, ‘정권 교체’ 외풍 넘을 수 있을까
KT가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기업 구조 개편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구조 개편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게 KT의 주장이다. 그러나 ‘주인 없는 회사’ KT가 ‘정권 교체’라는 외풍을 넘어 구조 개편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형으로의 전환에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KT는 BC카드와 케이뱅크 등 금융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어 ‘일반지주회사’ 전환은 불가능하다. 공정거래법의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금융지주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는 금융·보험업을 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 ‘금산분리’ 규정 따라
금융·보험업 국내 주식 소유 못 해
‘중간지주회사’ 두는 방식 가능성
지배구조 개편, 현 CEO 연임 ‘변수’
KT는 ‘중간지주회사’를 두는 방식의 ‘지주형 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KT는 이미 사업분야별로 자회사를 묶고 중간지주 성격의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있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KT스튜디오지니가, 금융분야에선 BC카드가, 클라우드 분야에선 KT클라우드가 다른 자회사들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 개편 작업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물적 분할’ 등 다양한 KT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었다.
자회사가 48개에 달하는 KT는 방대한 사업구조에 비해 ‘알짜 자회사’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각에선 “통신 사업자들이 부가서비스를 직접 하려는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과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증권가에서도 KT 자회사 구조에 대해 “특별한 존재감 없이 묻어가는 조직들이 많다”는 평가가 나왔다. 구조 개편을 통해 ‘회계 분리’를 하면 ‘묻어가는 조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지배주주가 없어 ‘주인 없는 회사’가 된 KT가 지배구조 개편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특히 정권 교체기에 외풍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정부 지분이 없는 사기업이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낙하산’ 문제가 불거졌다. 정권이 교체되면 사장이 연임을 포기하거나 검찰 수사로 사임하는 일이 반복됐다.
KT 현 경영진이 교체된다면 지배구조 개편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구현모 CEO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2023년에는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로의 전환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내부 발탁’으로 CEO에 오른 구 대표의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연임 가능성을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알박기 인사’를 중지하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KT에 대한 낙하산 인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윤석열 당선인 측 인사 가운데 KT ‘낙하산’으로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당선인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은혜 의원은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에서 KT 콘텐츠 전략 담당 전무로 자리를 옮겨 ‘낙하산’ 논란이 거셌다. 당시 KT에선 이 인사에 대해 ‘낙하산’이라고 비판했던 직원이 인사조치를 당해 ‘보복 인사’ 논란도 일었다.
KT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재판도 구 대표의 연임에 변수가 되고 있다. 쪼개기 후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종욱 각자대표에 대해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사내이사 연임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박 대표는 자진 사퇴했다. 구 대표 역시 같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연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