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로 물결치는 부산 특유의 지형과 역사를 전시로 풀어냅니다
2022 부산비엔날레 김해주 전시감독
“부산은 발을 딛고 사는 땅 자체가 울렁이는 지형으로, 병풍처럼 많은 이야기가 접혀져 있습니다.”
언덕을 지나다가 바다가 보이고 다시 언덕으로 연결된다. 주거밀집지를 위에서 내려다 보면 집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번져간다. 2022 부산비엔날레 김해주 전시감독은 부산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어릴 때는 다른 지역도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물결처럼 울렁울렁하는 지형은 부산 특유의 것이더군요. 근대 이후 역사적 물결의 영향까지 받은 부산에 ‘물결’이라는 메타포가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죠.”
부산현대미술관·원도심·영도서
9월 3일 개막해 11월 6일까지
전시 주제로 정한 ‘물결 위 우리’
이주·노동 등 다양한 관점 포괄
부산의 이면 재발견하는 계기로
2022 부산비엔날레는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를 전시 주제로 9월 3일부터 11월 6일까지 65일간 열린다. ‘물결 위’에 있는 상황이란 먼 곳을 보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불안함을 느끼게도 한다. 김 전시감독은 여러 측면에서 미래를 생각하는 의미라고 했다. 부산에서 시작한 물결의 파장은 다른 도시, 다른 국가로 연결되며 세계를 보는 눈을 제안한다.
물결은 이 도시가 가진 이주의 역사와도 맞물린다. “저를 비롯해 주변에 부모·조부모가 다른 지역에서 부산으로 이주해 온 사람이 많아요. 부산은 이주로 만들어진 도시이기도 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창구가 되기도 했죠. 부산의 개방성은 바다에 면했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받아들여 서로 돕고 이해하며 사는 과정에서 ‘위계가 덜하고 개방적 성격’이 만들어진 것이라 봅니다.” 김 전시감독은 산업 발전기부터 지금까지 부산의 이주와 노동에 대한 이야기도 전시에 풀어낸다.
“전시 참가 작가는 현재 60팀(명)이 확정됐고 최대 80팀까지 참여할 예정입니다. 확정된 60팀 중 20팀은 국내 작가이며, 여성 작가 참여 비율이 높습니다. 강·산·바다로 연결된 부산의 특별한 자연과 생물다양성,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근대 이후 기술 발전과 도시 형성, 여성노동, 조선업, 한인 이주 등 여러 요소가 작품에 연결될 것입니다.” 전시에는 사진, 퍼포먼스 작업도 포함된다.
2022 부산비엔날레는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과 원도심, 영도에서 같이 열린다. 부산항 북항 1부두에 있는 빈 창고와 영도의 골조만 남은 공장 터가 예술의 장으로 변신한다. 1부두는 1912년에 지어져 부산 근대사와 연결되는 중요한 곳이며, 영도는 조선업의 역사가 남아있는 지역이다. 여기에 더해 산복도로의 주택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최근 부산비엔날레는 전시 포인트를 ‘부산’에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김 전시감독은 전시 기획 단계에서 등 부산 연구자료를 많이 참고했다. “팬데믹 이후 ‘로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어요. 지역성은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것입니다. 주변과 국제적 상호 영향 안에서 형성되고 변화해 나가며, 동시대·전지구적 우리와 인간·비인간을 포괄하는 우리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됩니다.”
부산비엔날레 사전 프로그램에도 지역성에 대한 고민이 반영됐다. 16일부터 열리는 큐레토리얼 워크숍에는 지역 미술공간과 어린이 서점 ‘책과 아이들’ 운영자 등이 참여해 지역성을 담은 기획을 어떻게 같이 만들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는 이 외에도 온라인 저널 발간, 심포지엄, 음악가와 영상작가가 함께하는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부산 출신의 40대 젊은 기획자, 김 전시감독에게 부산비엔날레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2006년에 코디네이터로 일한 인연이 있어요. 언젠가 한 번 일하고 싶었던 부산에 비엔날레 전시감독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큰 기회이고 감사한 일이죠. 최근 호주를 다녀왔는데 부산비엔날레에 대해 잘 알고 있더라고요.” 어떤 도시가 기억 안에 있으면 그 도시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전시가 부산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직접 와닿는 예술적 경험이 되고, 외지 사람에게는 부산의 이면과 연결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2022 부산비엔날레가 부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보겠습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