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평 방 갇혀 일상이 멈췄다… 코로나 관리 사각지대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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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에서는 화장실만 가려 해도 외출이 필수인데,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되니 정말 난감합니다.”

부산 동구 범일동의 한 쪽방에 거주하는 박 모(79) 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모든 일상 생활이 막혔다고 호소했다. 박 씨는 지난 17일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 씨는 확진 뒤 일주일의 격리 기간에 2평 남짓한 방 안에서 홀로 지내면서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진 사람이 됐다.

화장실 등 공용공간 방 밖 위치
이웃 피해 줄까 제때 사용 못 해
몸 아파도 도움 요청할 데 없고
생활치료센터 입소 안내도 미흡
주거취약층 격리 시설 확충해야

2평 쪽방이 생활공간의 전부인 쪽방촌 주민들에게 코로나19 확진 자가격리는 ‘감금’이나 마찬가지인 게 현실이다. 확진자 폭증으로 현장 업무가 차질을 빚으면서 생활치료센터 입소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확진된 쪽방 주민들은 말 그대로 ‘고립무원’ 처지다.

지난달 24일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박 씨는 최근 에 격리생활의 고충을 상세히 털어놨다. 14년째 박 씨가 살고 있는 쪽방에는 화장실도 없고 창문도 열리지 않았다. 물을 마시거나 공동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방 밖 복도에 있는 공용 공간으로 가야만 한다. 세탁 시설도 복도를 거쳐 나가야만 해 방 밖으로 외출하지 않으면 일상을 유지 할 수 없는 구조다. 박 씨는 격리 기간에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들과 마주치지 않으려 밤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는 “사람이 없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물을 받아 방으로 들어왔다”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 대부분은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이라 언제든지 위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지만 가족과 연락이 끊겨 도움을 요청할 곳도 마땅히 없다. 박 씨는 “평소 위가 좋지 않은데 격리 기간 동안 약을 복용한 후 소화가 안 돼 몸이 아팠다”며 “가족이 없어 지인들을 찾았지만 전부 코로나19에 확진돼 약을 부탁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박 씨와 같은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안을 마련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대응지침’에 따르면 고시원 거주자나 노숙인 등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에 있는 자’는 생활치료센터 입소가 가능하다. 3일 현재 부산시의 생활치료센터 병상은 1674개 중 사용 병상은 366개(21.9%)로, 병상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확진자 폭증으로 행정처리가 늦어지면서 정작 주거취약층들에게는 생활치료센터 입소 가능 안내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박 씨는 “확진 통보 이후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전혀 들어보지 못했는데, 그런 방법이 있는줄 꿈에도 몰랐다”고 개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쪽방촌 주민,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격리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확진자 폭증으로 행정기관들의 업무 과부하는 이해하지만,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별도의 생활공간이나 치료시설이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이들을 위한 대응지침 등을 꼼꼼하게 만들어 행정기관과 유기적 업무가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시민방역단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확진자들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지 주거취약층인지 확인하기 어려워 생활치료센터 입소 안내가 누락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확진자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보건소 직원들에게 전달해준다면, 행정처리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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