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대 사기꾼 병원 보내 줬더니… 3주째 ‘행방묘연’
수십억 원대의 사기를 치고 구치소에 수감된 50대 피고인이 치료를 핑계로 병원에 입원한 뒤 도주했다. 도망친 지 벌써 3주가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법원과 검찰이 책임 미루기에 급급하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3일 부산고법과 부산지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던 50대 A 씨가 구속집행정지 기간 중에 도주했다.
서면서 상품권 구입 중개 50대
“상품권 대박” 내세워 57억 편취
징역 7년 선고받고 구치소 수감
입원 치료 중 도주로 공판 연기
피해 금액 합치면 100억대 추정
부산고법-지검, 책임 미루기 급급
올해 1월부터 부산고법 형사2부의 심리로 항소심을 치르고 있던 A 씨는 안과 질환을 이유로 입원 치료를 요구했다. 부산고법은 구치소와 검찰의 의견을 토대로 A 씨의 입원치료를 허용했다. 주거지를 부산의 한 대학병원으로 제한하고 지난달 14일까지 복귀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A 씨는 입원 중에 도주해 종적을 감췄고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공판은 피고인인 A 씨가 나타나지 않아 5월로 연기됐다.
A 씨는 서민들에게 수십억 원대의 사기를 치고 1심에서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는 지난해 1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부산 서면에서 상품권 거래업체를 운영하며 상품권 구입 중개업무를 해왔다. 당시 수십억 원의 빚을 안고 있었던 A 씨는 2019년 9월 피해자들에게 “돈을 맡기면 상품권 중개업무로 돈을 불려 주겠다”고 속였다.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 46억 2000만 원을 송금받아 자신의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
A 씨는 또 피해자가 독촉하자 자신의 직원에 ‘나중에 주겠다’며 속이고 11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편취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단기간에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건전한 경제질서를 왜곡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며 “유명한 기업가와의 친분을 과시했으나 이번 범행에 앞서 여러 차례 사기 전과도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아직 고소에 나서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면 피해자는 20여 명, 피해 금액은 10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1심 재판 중에도 A 씨가 돈을 주겠다고 호언장담해 일부 피해자들은 고소를 미뤄왔다는 것이다. 이들이 고소를 제기하면 A 씨의 형량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A 씨가 몰래 빼돌려 놓은 돈을 들고 해외 등으로 잠적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이라며 노심초사한다. A 씨가 지난달 14일에 도주했다고 가정해도, 행방이 묘연한 지 벌써 3주가 됐다.
한 피해자는 “구속집행정지 상태가 됐다는 말을 전해듣고 대학병원에 들어가서 몰래 A 씨를 봤는데 생활이나 이동에 아무런 제약도 없어 보였다”며 “검찰에 연락하면 법원에 알아보라 하고, 법원에 연락하면 검찰에 알아보라며 책임을 돌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부산고법 관계자는 “A 씨가 입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실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구치소 측이 밝혀 구속집행정지를 결정했다”며 “수사기관이 신병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A 씨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의 협조를 받아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