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심 많은 스승, 리더십 뛰어난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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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1시 37분 공군 제3훈련비행단 소속 KT-1 훈련기 2대가 비행훈련을 하다가 사천시 정동면 사천읍교회 인근 상공에서 충돌했다. 사천비행장을 이륙한 KT-1 훈련기 1대와 이어서 계기비행으로 이륙한 다른 KT-1 훈련기 1대가 비행기지 남쪽 6km 지점인 사천시 정동면 상공에서 충돌했다고 공군은 전했다.

이 사고로 훈련기 2대에서 모두 비상탈출 장치가 작동했지만, 학생 조종사 정종혁(24·공사 69기), 차재영(23·공사 69기) 중위와 전용안(49), 이장희(52) 비행교수가 모두 순직했다. 정 중위와 차 중위는 대위로 추서됐다.

사천서 KT-1 훈련기 2대 공중 충돌
비행교수 2명, 학생조종사 2명 순직
가옥 등 파손, 민간 인명 피해 없어
공군, 블랙박스 회수해 분석 착수
오늘 부대장으로 영결식 엄수


고 이장희 교수는 1992년 공군사관학교 40기로 임관해 30년간 2900시간 이상 비행한 베테랑 조종사였다. 대령으로 전역한 그는 2019년부터 제3훈련비행단에서 후배 양성에 전력을 다해왔다. 따뜻하고 책임감 있는 성격으로 존경을 받았다. 이 교수와 탑승한 고 차재영 대위는 공사 생도 시절 철인3종 대회에 참가해 기록을 매년 단축하는 등 차분하고 성실한 인재였다.

고 전용안 교수는 1994년 공사 42기로 임관했다. 이후 대통령 전용 헬기를 조종할 만큼 뛰어난 비행실력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가 됐다. 중령으로 전역한 그는 2015년부터 제3훈련비행단에서 비행교수로 근무하면서 후배 조종사로부터 배려심이 많은 스승으로 칭송을 받았다.

전 교수와 마지막 순간을 맞은 고 정종혁 대위 역시 생도 시절 중대장 생도를 맡는 등 리더십이 뛰어난 학생이었다. 지난해 공군 소위로 임관했다.

이들에 대한 영결식은 4일 오전 10시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비공개로 엄수된다. 고인의 유족, 동료 조종사, 동기생, 부대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으로 진행된다. 이후 이날 오후 4시 50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안장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이들의 빈소는 지난 2일 오후 경남 사천의 공군제3훈련비행단 기지체육관에 마련돼 일반시민 조문도 받았다.

사고가 나자 KT-1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홈페이지와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 전국에서 이들을 애도하는 글이 잇달아 올랐다.

한편 사고 당시 사천읍교회 옥상과 인근 정동면 옥정마을 가옥에 항공기 파편이 낙하하면서 실외기 등 옥상 시설물이 불타고, 주차된 승용차가 파편에 크게 부서지기도 했다. 다행히 민간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공군은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사고기 1대의 비행기록장치를 회수해 정밀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고 조사는 최소 한달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뒤 KAI가 생산 중인 KT-1 훈련기가 비행훈련 중 공중 충돌해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선규 기자 sunq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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