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음지에서 묵묵히 일해 온 모든 수산인의 영예입니다”
권중천 희창물산 회장
‘수산인의 날’ 금탑산업훈장
지난해 1억 달러 수출탑 수상
냉장냉동수협 8년째 이끌어
“제가 대표로 받았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일해 온 모든 수산인의 영예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더 이바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제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전국 냉장냉동업체를 대표하는 냉장냉동수협 조합장을 8년째 맡고 있는 권중천(76) 희창물산 회장이 지난 1일 열린 ‘제11회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상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수산인이 산업 부문 최고 훈장인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것도 어렵지만, 수산인 최대 축제인 ‘수산인의 날’에 이를 수상한 이는 지금까지 단 2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그의 수상은 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역대 두 수상자, 이종구 전 수협중앙회장(2012)과 윤정구 전 오양수산 대표(2017)의 공훈 내역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제1회 수상자인 이 전 회장은 당시 '수산인의 날'이 40년 만에 부활한 것을 계기로 이를 주도한 수협중앙회 회장 자격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제6회 수상자인 윤 전 대표도 그해 한국 원양어업 60주년을 기념하면서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 ‘지남호’ 선장을 지낸 경력으로 수상했다. 그러니 권 회장의 수상은 그로부터 5년 만에 수산인에게 주어진 최고 영예다. 수산인의 날 지정 계기가 된 '수협중앙회 창립 60돌'을 기념해, 대한민국 수산업과 수협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로 그가 선택된 것이다. 권 회장은 희창물산 대표로서 지난해 1억 달러 수출탑과 수산식품 3000만 달러 수출탑을 동시에 수상했고, 전국 수협 중에서 경영평가가 가장 좋은 냉장냉동수협을 8년이나 이끈 공로가 인정됐다.
바다와 관련이 없는, 내륙의 경북 예천 출신인 그는 1983년 부산에 정착해, 매출 40억 원대의 희창물산을 1300억 원대 수산식품 수출 전문기업으로 키워냈다. “중동 건설 붐 때 외국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노동자들의 요구에 따라 국내 수산식품을 보내면서 수출 가능성을 알게 됐지요.”
지금은 바코드 기준으로 무려 3만 종의 식품을 해외에 팔고 있다. 총수출액 1300억 원 중 30% 이상이 수산식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산식품 수출액의 1%를 웃돈다. 국내 거래처만 900여 곳에 달하는데, 그중 3분의 2가 동남권에 위치한다. 희창물산의 지역 경제 기여도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부산의 한 어묵 기업은 수십 년 전만 해도 수출이란 단어조차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500만 달러 수출탑을 욕심낼 정도로 급성장했지요.” 희창물산이 수출 대행을 통해서 길을 내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희창물산은 요즘 자체 브랜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을 뜻하는 ‘한상’, 안전한 먹거리에 초점을 맞춘 ‘초립동이’ 등 14개의 브랜드를 이미 개발해 K푸드 신뢰도를 높였다. 덕분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희창물산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그는 냉장냉동수협 조합장을 포함해 부산경남세관행정협의회 회장, 부산시창고협회 회장 등 사회적 리더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다. 또 부부가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에 가입했고 코로나19 초기에 형제들끼리 돈을 모아서 거액을 기부하는 등 이웃 사랑 실천도 꾸준히 하고 있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