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치료 ‘최신 기술’아닌 ‘최선 치료법’ 선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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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초 부임한 해운대부민병원 이종서 의무원장은 척추변형 수술의 권위자로 통한다. 2002년 국내 최초로 흉강경을 이용한 척추측만증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앞으로 해운대부민병원 척추센터를 서울 대학병원 수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이종서 해운대부민병원 의무원장은 척추변형 수술 분야의 권위자다.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2년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척추센터장을 역임하다 지난달초 부산으로 왔다. 척추측만증, 척추후만증, 척추종양 등이 주진료 분야다. 2002년에 국내 최초로 흉강경을 이용한 척추측만증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미국 포브스지 ‘한국의 100대 명의’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원장을 만나 허리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 척추측만증의 잘못된 치료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해운대부민병원 이종서 의무원장
‘척추변형 수술’ 분야 최고 권위자
포브스지 ‘한국 100대 명의’선정
“허리수술 필요 환자는 1~3% 불과
40도 이상 휘어져야 측만증 수술”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다가 해운대부민병원으로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년을 맞아 제2의 인생을 부산에서 시작하고 싶어서 오게 됐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그동안 해왔던 척추변형수술 등 비교적 큰 척추 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마침 부민병원과 연이 닿았다. 좋은 자연환경과 좋은 시설을 갖춘 곳에서 제 의료기술을 더 펼칠 기회가 생겨 결심을 하게 됐다. 그리고 오래전에 전문의를 따고 처음 일을 시작했던 곳이 진주경상대 의대였기 때문에 부산경남은 나에게 친근한 곳이다.”



-국내 최초로 흉강경을 이용한 척추측만증 수술에 성공해 국내 척추 수술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술법을 개발하게 된 배경과 효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과거에는 척추측만증 수술 때 등이나 가슴 부위를 30㎝이상 절개하고 가슴뼈 일부를 제거한 다음 척추 교정을 해왔다. 그래서 수술 후 흉터가 크게 남고 회복 기간도 길었다. 2000년대 들어 해외 일부 국가에서 척추측만증 치료가 시작됐는데 국내에서는 마땅한 수술기구가 없어, 직접 수술기구를 제작해야 했다. 그러다 2002년에 국내 최초로 흉강경을 이용한 척추측만증 수술에 성공했다. 30㎝이상 절개하던 것을 2.5㎝ 크기의 흉터 4개만 남기고 척추측만증을 교정한다. 수술 후 회복 기간 역시 2~3일로 단축해 일상생활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척추측만증 환자를 수술해야 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

“보통 척추가 10도 이상 휘었을 때 척추측만증으로 판정한다. 환자의 성장 정도를 고려해 척추가 40~50도 이상 휘어졌거나, 아직 키 성장이 많이 남아있는데 척추측만증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술을 결정한다. 만약 40~50도 이상으로 휘어진 게 아니라면 신체 기능상의 문제는 없으므로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척추측만증이지만 굳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이며 어떤 경우인가.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전체 측만증 환자의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하다. 가짜 측만증이라고 하는 비구조성 측만증의 경우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치료가 필요한 측만증은 구조성 측만증이지만, 이 경우도 보조기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인구 500명 중 1명 정도이다. 결론적으로 측만증 환자의 대부분은 관찰 이외에는 아무런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겠다.”



-척추수술의 경우 과잉진료에 대한 논란이 항상 제기되는데.

“병적인 요통은 전체 허리 통증의 15%에 불과하고, 단순 요통의 90% 이상은 6주 이내에 호전된다. 추간판 탈출증마저도 90%는 2개월 이내에 좋아지고,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는 1~3%에 불과하다. 수술에 앞서 운동치료를 먼저 시도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너무 비싼 치료를 권한다면 한 번쯤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다.”



-허리에는 절대 칼을 대면 안된다는 속설 때문에 무조건 수술을 꺼리는 편견도 아직 많은데.

“불필요한 수술을 강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꼭 필요한 수술을 안하겠다고 하는 것도 문제다. 수술이 꼭 필요하고 수술받기에 적합한 환자를 잘 선택하면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는다. 퇴행성 척추 질환을 두고 완치를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서 무리 없이 수술하면 분명 증상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요즘 척추질환의 치료법도 아주 다양하다. 환자 입장에서 어떤 치료법이 좋은가.

“‘최신 기술’, ‘최신 치료법’ 등 최신이라는 단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위험하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거나 나중에 실패로 판명되는 치료법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최신이 아닌 최선이 무엇인지를 따져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판단할 때 경험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의사, 가장 우수하다고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그런 치료를 가장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만큼만 해야 한다.”



-30년 넘게 척추 환자들을 만나면서 지켜온 진료 원칙이 있다면.

“환자의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지 않는 ‘적정 진료’가 중요하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지만 약물이나 주사치료로 충분하면 비수술 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 수술이 필요한데도 비수술치료로 시간이나 비용을 소모해선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검사와 의사로서 의학적 지식을 토대로 환자의 증상에 대해 관찰하고, 깊이 연구해서 최적의 치료 방향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해운대부민병원에서 새로운 목표는.

“우리 부산 경남 지역의 환자분들이 굳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모든 척추질환 치료가 부산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해운대부민병원에 훌륭한 척추센터를 세우겠다. 부산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척추 환우분이 계신다면 있는 힘껏 치료해 주고 싶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이종서 원장 주요 프로필> ●삼성서울병원 척추센터장 ●미국 포브스지 ‘한국 100대 명의’ 선정 ●대한척추인공관절학회 회장, 대한척추 신기술학회 회장, 대한척추종양학회 회장 ●아시아 척추 저널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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