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경제난에 민심 폭발… 스리랑카 내각 전원 사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등 민심이 폭발하자 당국이 내각 총사퇴로 민심 수습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데일리미러 등 스리랑카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내각의 장관 26명 전원은 전날 밤 사임했다. 디네시 구나와르데나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이 새 내각을 구성할 수 있도록 모든 장관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이번 결정은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 대해 논의한 후 내려졌다고 말했다.

비상사태 선언 뒤 26명 사임
민심 달랠 수습책 효과 주목

스리랑카는 현재 1948년 독립 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야권 등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이 같은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며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고타바야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치안·공공질서 보호, 필수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어 2일 오후 6시부터 4일 오전 6시까지 전국적으로 통행 금지령도 발동했다. 그런데도 일부 야권 정치인과 시민 수천 명은 시위에 나섰다. 이처럼 상황이 심상치 않자 당국이 내각 총사퇴 카드로 민심 수습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스리랑카 정계는 라자팍사 가문이 완전히 장악해 사실상 ‘가족 통치 체제’가 구축된 상태다. 전임 대통령 출신으로 총리를 맡은 마힌다 라자팍사는 고타바야 대통령의 형이다. 라자팍사 가문은 2005∼2015년에도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했다. 당시에는 마힌다가 대통령을 맡았고 대통령이 겸임하는 국방부 장관 아래의 국방부 차관은 고타바야가 맡았다.

관광산업이 주력인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민생을 살리겠다며 통화량을 늘리고, 수입 규제와 감세 정책을 펼쳤지만 물가는 급등했고 외화는 부족해지는 등 상황은 오히려 갈수록 악화했다.

이에 스리랑카는 국가 부도 위기까지 몰려 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18.7%까지 치솟았다. 식품, 의약품, 종이 등 필수품 수입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민생 경제는 뿌리째 붕괴하는 조짐을 보인다.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 중국,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손을 내밀며 난국 타개를 시도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