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전경련이 다시 재계 맏형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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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팀장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6년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회원사인 대기업들의 동참행렬이 이어졌다. 전경련은 매년 회원사 매출 규모별로 일정 비율을 회비로 받아서 운영해왔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들이 빠지면서 한때 ‘신들이 다니는 직장’으로까지 불렸던 전경련 직원들의 임금은 30%나 깎였다. 250명에 달하던 직원수도 8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경제단체로서의 위상도 급락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5년 동안 각종 정·재계 모임이나 대통령 해외순방에서 패싱당하며 ‘유령단체’로 전락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위기가 닥치며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와 적극적인 소통을 당부했을 때도 전경련만은 배제됐다.

50여 년간 재계 맏형… 문 정부에선 패싱
대통령 당선인 모임에 초청… 부활 움직임
4대그룹 재가입 관건… 삼성 가입에 달려
정권 편들기 아닌 경제발전에 노력해야

하지만 지난달 대통령 선거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전경련 회장을 경제단체 모임에 초대했고, 모임 연락도 전경련이 하도록 한 것이다.

전경련 내부에서도 보수를 지향하는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만큼 재기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처럼 전경련도 새 정부에 바라는 정책 제안서를 최근 비공식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또한 현재 신입·경력직 채용 절차를 진행하며 조직 재정비도 진행 중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대해서도 측면지원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관광 수입이 매년 1조 8000억 원 발생하고, ‘사회적 자본’ 증가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1조 2000억~3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재계에선 이번 연구 결과를 문재인 정부에서 외면당했던 전경련이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사실 전경련은 1961년 설립된 이후 50여 년간 재계를 대표하면서 정부와의 가교역할을 해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주요 사안에 대해 전경련은 ‘재계의 뜻’을 전달하는 창구였다. 1980년 신군부 집권 뒤 산업합리화 조치와 문민정부 시절 이동통신사업자 자율 선정, 전직 대통령 비자금 스캔들에 따른 재계 자정 결의,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기업 간 ‘빅딜 협상’ 등 우리나라 경제성장기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후 대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재계의 목소리를 한곳으로 모으기 어려워졌고, 카리스마 있는 회장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게 됐다. 그러다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K스포츠와 미르재단을 위한 기업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며 정경유착의 고리로 낙인찍혔고, 대기업들마저 발길을 돌렸다.

그나마 이번 대선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전경련에 다시 기회가 왔다. 그러나 과거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원사에서 탈퇴한 4대그룹 내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재계 3위 SK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까지 맡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전경련 창설을 주도한 삼성그룹이 재가입 의사를 밝힐 경우 분위기가 확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회에서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개인적’이라는 표현이 다소간 뉘앙스가 있을 수 있지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시 정면돌파 모습을 보면 전경련 탈퇴 번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은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52시간제 확대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려는 모습이다. 또한 새 정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도 참여정부 시절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

이참에 전경련도 환골탈태해야 한다. 더 이상 ‘정권 편들기’가 아닌 기업 규제혁신 관련 연구활동을 하는 등 우리 경제 발전이나 사회 전체의 공정성을 위해 노력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재계 맏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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