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무기징역 구형
법정최고형 요청한 유족 눈물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조현진이 지난 1월 21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조현진(27)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가 "조 씨가 초범인 점과 나이를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서전교 부장판사)는 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현진에게 징역 23년과 함께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달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형에 크게 못 미치는 형량이다. 특히 검찰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20년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재범 위험성 요건에 충족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조 씨에 대해 "이별 통보만으로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저항이나 딸의 참혹한 비명을 듣고 있는 어머니 앞에서도 어떤 주저함을 보이지 않았다"며 "살인은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하기 어려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는 인정했다.

또 "피해자가 느꼈을 충격과 공포는 감히 가늠하기 어렵고, 사건 현장에 있던 어머니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 씨가 초범인 점과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해온 점, 피고인의 나이도 (형량에) 고려됐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현진. 부산일보 DB

조 씨는 지난 1월 12일 오후 9시께 이별을 통보했던 전 여자친구 B(27) 씨가 거주하는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의 원룸을 찾아가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B 씨의 원룸에는 딸을 보기 위해 방문했던 어머니도 함께 있었다. 이에 조 씨는 "어머니가 있으니 화장실로 가서 얘기하자"며 B 씨를 데려간 뒤 문을 잠그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B 씨의 복부 등을 수차례 찔렀다. 이후 조 씨는 딸의 비명 소리를 듣고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B 씨 모친을 밀친 뒤 현장에서 도주했다. B 씨는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경찰은 사건 현장 CCTV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서 약 1km 떨어진 자신의 원룸에 숨어있던 조현진을 검거했다.

그는 "이별을 통보한 B 씨 마음을 돌리려 집에 찾아갔는데 다시 헤어지자고 말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모친은 결심공판에서 "문 너머로 들린 목소리가 잊혀지지가 않는다. 불우한 가정사, 우발적 감정 등 어떤 감형의 사유도 있을 수 없다"면서 무기징역이나 사형 등 법정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선고공판이 열린 이날도 의견진술 기회를 통해 "20대의 제일, 가장 예쁜 딸은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했다. 그날 어떻게 했으면 딸이 죽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1심 선고가 징역 23년에 그치자 피해자 모친은 취재진과 만나 "우리나라는 강력범죄에 대해 처벌이 많이 약한 것 같다"며 "경제사범 같은 경우 40년도 나오는데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15년, 20년 이렇게 나오는 것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또 "일상생활을 하다가 혼자 있으면 또 생각이 나고 눈물도 난다. 딸하고 갔던 곳이나 카톡 사진보고 그러면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다시 눈물을 흘렸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