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균형발전, 수도권 맞설 '부울경 축'에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공약인 한국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데 이어 한국수출입은행도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 4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출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간 산업은행 외에도 금융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긴 했지만, 윤 당선인이 직접 수출입은행을 거론하기는 처음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두 국책은행의 부산 이전이 현실로 이뤄질 경우 10여 년 전 국제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이 실질적인 세계의 금융 허브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부산, 동남권 경제 성장의 중심축 돼야
국제금융중심지에 국책은행 이전 절실
수출입은행의 부산 이전은 부산에 국내 최대 수출입 전진기지인 부산항이 있으며, 이곳에 24시간 운영되는 국제공항인 가덕신공항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된다는 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수출입은행이 수출입과 해외 투자 등 대외 경제협력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기관이어서다. 지금까지 부산이 수출입은행 본점 소재지로 최적지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으나, 수도권 중심주의에 묻혀 버렸을 뿐이다. 부산은 금융기관의 이전이 지지부진해 실속이 없는 금융중심지로 전락한 상태다. 부산을 진정한 국제금융중심지로 발전시키려면 수출입은행을 산업은행과 함께 부산으로 이전하는 게 급선무다.
국책은행의 부산 이전 구상이 부산·울산·경남을 수도권에 대항할 새로운 경제 성장의 축으로 육성해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생각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방은 소멸 위기에 처한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는 국가 발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수도권과 부울경 두 축이 잘 작동해야만 다른 지역에도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윤 당선인의 판단은 현실적으로 옳다. 부울경이 균형발전을 가속화하는 성공적인 모델이 되는 데 부산이 중심축이 돼야 하는 건 자명하다. 새 정부가 국책은행과 대형 금융기관의 부산 이전을 통해 지역에 발달한 해양·수산·조선산업과 연계한 해양금융 도시로 키우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 선정 과정에서 지역균형발전의 절박함을 인식하고 있는 윤 당선인의 의중을 잘 반영해야 할 것이다. 현재 부울경 경제·생활권을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성장축으로, 부산을 부울경 도약의 중심축으로 만들기 위한 과제가 산적한 실정이다.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이를 위한 북항재개발 추진과 미군 제55보급창 이전, 가덕신공항 조기 완공 등이다. 이 사업들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 차질 없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을 새 정부에 당부한다. 우리나라 미래가 부울경 발전, 동남권의 경제 성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