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푸틴, 전범재판소 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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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 입증·증거 확보가 관건

우크라이나 부차에서의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의혹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재판소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푸틴의 침공 양상은 수도 키이우 함락에서 대학살과 절멸로 옮겨가는 분위기여서 국제사회 단죄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어느 정도까지, 얼마나 빨리 단죄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부차에서 일어난 일은 너무 충격적”이라며 “우리는 전범 재판이 실제로 진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 근거들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푸틴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 푸틴 대통령의 전범 재판 회부를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16일 푸틴 대통령을 처음으로 ‘전범’으로 규정한 데 이어 ‘살인독재자’ ‘도살자’ ‘폭력배’ 등으로 부르는 등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우리는 이게 무작위로 발생한 사건이라거나 특정 개인의 악행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이것은 (러시아군의)계획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도 전쟁 범죄를 재판할 수 있는 곳이지만 다른 분쟁들에 대해서 이와 다른 기구가 세워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ICC는 전시에도 따라야 할 인도주의적 법률을 규정한 ‘제네바 협약’에 대한 중대한 위반을 전쟁 범죄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전례를 감안하면 푸틴의 전쟁범죄를 입증해 처벌하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목격자나 러시아군 포로 등으로부터 증언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목격자가 보복을 두려워해 증언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전시 중인 상황에서 당장 현지로 들어가 증거를 수집하기도 쉽지 않다.

증거를 수집했을 경우 푸틴 대통령이 그 최정점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야 하는데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또 ICC가 재판하려면 회원국 중 최소한 한 국가가 사건과 연관돼 있어야 하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ICC 회원국이 아니다. 특히 러시아는 ICC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협력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따라 별도 재판소가 꾸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1990년대 초 발칸 전쟁과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전쟁범죄 기소를 위해 별도 재판소가 설치된 바 있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필립 샌즈 교수는 러시아의 국제적 책임을 묻기 위한 재판소 설치를 위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 관련 재판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도 알 수 없다. 대량 학살 혐의로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돼 재판을 받아오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은 2002년 기소돼 재판이 시작됐지만, 그가 2006년 감옥에서 숨질 때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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