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발 물가 폭등 전 세계 경제 타격 국가부채도 급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세계 각국이 살인적인 식품·연료 가격 급등에 대응해 보조금 지급과 세금 감면 조치를 줄줄이 도입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로 재정지출이 급증했던 각국에서 추가 지출로 '나라 빚'이 더욱 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부채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일부 국가는 정치적 불안정성도 커질 수 있다고 신문은 우려했다.
가뜩이나 물가가 급등 중인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폭으로 올랐다. 유럽인들은 치솟는 물가에 반발하고 있다. 스페인의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9.8% 올랐고, 이런 물가 상승률은 1985년 이후 최고다.
프랑스는 지난달 중순 4억 유로(약 5300억 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스페인도 5억 유로의 정부 지원 계획을 밝혔지만, 시위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퇴짜를 놨다. 독일은 현금을 지급하고 대중교통 요금을 대폭 할인하며 휘발유·경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신흥국들은 상환해야 할 채무도 많은데 빚이 더 늘어나 사정이 더 어렵다. 신흥국들은 올해 7조 달러(약 8500조 원) 이상의 정부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데 이는 지난해의 5조 5000억 달러보다 약 27% 늘어난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가 초래한 경기 침체로 고전한 정부들은 식품·연료 가격 급등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유지하거나 재도입했다. 잠비아는 옥수수 농부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료 보조금을 확대했고 이에 따라 급증하는 대외 채무를 억제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동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케냐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2년간 5억 달러(약 6000억 원) 이상을 지출할 계획이다. 이집트는 밀가루와 연료 가격 급등으로 정부 지출이 10억 달러 늘어났다.
다만 아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버틸 힘이 더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재정 건전성이 높아졌고 외국 자본 의존도는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