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포켓몬빵·Y2K패션… ‘판’ 커지는 그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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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유행한 문화를 추억하는 ‘복고 감성’에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등장한 ‘Y2K 패션’, 모바일 앱으로 재출시된 싸이월드 화면, 품절 사태가 계속되는 포켓몬빵. 캡처·부산일보DB

‘새벽, 가장 달콤한 시간이자 가장 외로운 시간….’

직장인 최유진(33) 씨는 학창시절 자신이 썼던 ‘다이어리’를 14년 만에 마주하고 뭉클한 반가움과 왠지 모를 민망함이 교차했다. 그때 그 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난 최 씨는 밤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당시 최신 ‘폰카’로 함께 찍은 셀카를 친구에게 보내며 ‘ㄱ(기억) 나니?’ 묻자 친구는 다른 ‘흑역사’ 사진으로 응수했다. 직장동료들과의 점심자리에서도 화두는 단연 ‘싸이월드’였다.


싸이월드, 모바일 앱 형태 재출시
주요 앱마켓 인기 차트 1위 올라
포켓몬빵, MZ세대 추억 자극 상품
2월 24일 출시 이후 950만 개 판매
20여 년 전 유행했던 Y2K 패션
배꼽 티셔츠·통 큰 청바지 ‘인기’

2000년대 대한민국 인터넷 문화의 중심이었던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싸이월드가 최근 모바일 앱 형태로 재출시되자 20대부터 40대까지 당시 서비스 이용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출시 40일 만에 1000만 개 가까이 팔린 ‘포켓몬빵’과 1990년대 말 유행해 ‘세기말 패션’으로 불렸던 ‘Y2K패션’의 귀환에 이어 ‘복고 감성’은 이제 MZ(1980~2000년대 출생) 세대를 대변하는 용어가 됐다.

지난 2일 재출시된 싸이월드는 하루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주요 앱마켓에서 인기 차트 1위에 올랐다. 1999년 첫 출시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기반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페이스북, 카카오톡의 등장 등으로 이용자가 급감하며 방치되다 2020년 서비스가 종료됐다.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김성수(35) 씨는 “이름조차 잊고 살았던 지인들을 다소 민망한 ‘일촌명’과 함께 마주하게 돼 무척 반가웠다”며 “지금 보면 촌스럽기 그지없는 친구들과의 어릴 적 모습에 뭉클함도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이상민(31) 씨는 “사진첩, 다이어리, 방명록 등 주요 서비스 대부분이 하나도 복구되지 않았다”면서 “이럴 거면 재출시를 늦추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운영사 측은 사진 등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트래픽이 몰려 이용자마다 복구 속도가 다르다며, 이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편의점 오픈런’ 사태가 빚어지는 포켓몬빵 역시 MZ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인기 상품이다. SPC삼립에 따르면 올 2월 24일 출시된 ‘돌아온 포켓몬빵’ 7종은 5일까지 950만 개가 판매됐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20~30대가 과거와 같은 소비 패턴으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고통을 잠시 잊고 힐링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겼다”고 말했다.

Y2K 패션의 유행도 비슷한 맥락이다.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 티셔츠, 나풀거리는 통 큰 청바지, 멜빵 데님 등 20여 년 전 유행했던 패션이 돌고 돌아 지금의 20대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SNS에서는 ‘배를 훤히 드러내 그러다 배앓이한다’는 뜻의 ‘배앓이 패션’이 화제를 모았고, K팝 그룹 블랙핑크 의 멤버 제니 등 유명인들이 즐겨 입으며 유행을 주도했다.

20대 남성들은 ‘떡볶이 코트’나 ‘꽈배기 니트’ 등 과거에는 ‘모범생 스타일’로 치부됐던 아이템에도 관심을 보인다. 티셔츠나 셔츠에 큰 니트조끼를 걸치는 패션, 상·하의를 청자켓과 청바지로 맞춰 입는 ‘청청 패션’ 역시 돌고 돌아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워크맨, 곱창 머리끈, 삐삐, 벽돌 휴대폰 등 다채로운 복고 소품으로 그때 그 감성을 자극했다. 2000년 전후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최종회 시청률 11.5%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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