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원도심, 활기 넘치는 곳으로”… 2030 ‘젊치인’ 출마 러시
부산의 ‘늙은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원도심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젊치인’(젊은 정치인)들의 출마가 잇따른다. 평균 연령대가 높은 유권자 특성에도 낙후된 원도심을 바꾸겠다며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다. 노련한 기성 정치인과 패기의 젊치인 간 흥미로운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부산 원도심(중·동·서·영도)에는 전국 최연소 기초단체장 출마자가 포진됐다. 동구청장 자리에 도전장을 던진 국민의힘 김선경(32) 구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5일 오전 기준 전국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2030세대는 모두 16명으로, 부산에서는 김 구의원이 유일하다. 현재 성남시장에 나선 이대호 후보와 함께 전국 최연소 예비후보로 등록돼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실 정책수석 비서 출신인 김 구의원은 4년 전 만 28세로 당내 최연소 선출직 의원에 당선됐다. 서구에서는 원도심 유일 2030세대 시의원 후보인 김병근(32) 국힘 부산시당 부대변인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표밭을 다진다.
동구청장 도전 김선경 전국 최연소
중·동·서구 기초의원 6명 출사표
6·1 지선 세대교체론 가속화 전망
기성 정치인 연륜 극복할지 관심
원도심에는 특히 기초의원 선거에 나서는 2030세대 출마자가 많다. 모두 6명(중구 1명, 동구 4명, 서구 1명)으로, 부산 전체 2030 기초의원 예비후보자의 27%가 원도심에 몰렸다. 국민의당 박소연(27) 씨가 원도심에서 유일한 20대 예비후보로 동구 기초의원 선거에 나서며, 강희은(31) 중구 구의원은 민주당 유일 후보로 재선에 도전한다. 물리치료사, 관세사 등 2030 출마자의 직업도 다양하다. 캡틴TV 운영자이자 보수 논객으로 활동하는 윤정섭(37) 씨도 출마 채비에 나섰다. 윤 씨는 AI, 메타버스 등 젊은 감각을 활용한 선거 유세를 계획하고 있다.
2030세대의 출마 행렬에는 지역 내 새 인물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도심재생 등 굵직한 현안을 창의적으로 이끌고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유연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젊은 감각의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30 출마자들은 기성 정치인에 맞서 ‘세대교체론’을 띄울 것으로 보인다.
김선경 구의원은 “많은 청년이 동구를 떠나고 있고, 동구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면서 “원도심에는 새로운 사고나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2030 출마자들은 원도심에 만만찮은 기존 후보자들이 버티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은 경쟁을 넘어서야 한다. 동구청장 선거에는 박삼석 전 구청장과 함께 김진홍 전 시의원, 강철호 부산상의 부회장 등이 국민의힘 후보군을 형성한다. 서구 시의원에는 국민의힘 권칠우 전 시의회 부의장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3선 시의원 출신으로 시의회 부의장을 지낸 권 전 의원은 주변에서 시의회 의장으로 지역에서 역할을 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2030세대의 잇따른 정치행은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낙후된 원도심에 ‘훈풍’이 될 전망이다. 그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한 지역 정치계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한 30대 예비후보자는 “지역 어르신들이 선거 현수막의 젊은 후보자 사진만 봐도 기분이 좋다며 응원해 주신다. 그만큼 지역 내 활기가 없다는 뜻”이라면서 “세대교체론의 급부상은 원도심의 기성 정치계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