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보이스피싱 피해자 극단적 선택…경찰 일당 추적
'금융기관 관계자'라고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전화 받아
"기존 대출금보다 훨씬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주겠다" 속여
뒤늦게 피해 사실 알게 됐지만 일당은 자취 감춘 뒤
부산에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큰 피해를 입은 4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수금책 일부를 검거한 경찰은 나머지 일당을 추적하고 있다.
5일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등에 따르면 올 2월 25일 부산 영도구의 한 도로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4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보이스피싱 피해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던 A 씨는 극단적인 선택 이전에 자신을 금융기관 관계자라고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은 “기존 대출금보다 훨씬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주겠다”며 기존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다. 대출금 이자에 부담이 컸던 A 씨는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했고, 올해 2월 21일 부산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2400만 원을 전달했다. 이를 시작으로 A 씨는 사흘간 10여 차례에 걸쳐 약 1억 6000만 원을 건넸다.
A 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지만, 3일 동안 연락을 주고받았던 일당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금책인 30대 여성 B 씨 등 2명을 검거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또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나머지 일당도 추적 중이다.
부산에서는 2년 전인 2021년 1월 검사를 사칭한 ‘가짜 김민수 검사’ 보이스피싱범에 420만원의 돈을 빼앗긴 20대 취업준비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도 있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