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흉기난동 CCTV 공개…경찰 부실대응 드러나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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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가족대표와 법률대리인 김민호 변호사가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가족대표와 법률대리인 김민호 변호사가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재판에서 경찰관들이 현장을 이탈하는 등 부실 대응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사건 피해자인 40대 여성의 남편과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민호 VIP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당일인 지난해 11월 15일 녹화된 CCTV 화면을 공개했다. 사건 이후 피해자 측은 경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CCTV 영상 공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의 허가로 사건 발생 140여일 만에 확보된 영상에는 경찰관들이 범행 현장인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를 벗어나는 장면이 담겼다.


특히 가해자 A 씨가 피해자 B 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장면을 목격하고도 여성 경찰관인 C 전 순경은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비명을 듣고 함께 있던 B 씨 남편이 빌라 내부로 다급하게 진입한 것과 달리 남성 경찰관 D 전 경위는 계단을 내려오던 C 전 순경과 마주친 뒤 다시 바깥으로 함께 나왔다. D 전 경위는 빌라 1층 출입문이 닫히는 모습을 보고도 우물쭈물하다가 물러섰고, 빌라 밖으로 나왔던 이들 두 경찰관은 곧바로 현장 재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또 두 경찰관이 각각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꺼내 든 장면도 있었다. A 씨의 난동을 제압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도 부실 대응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C 전 순경은 D 전 경위에게 A 씨가 B 씨의 목에 칼을 찌르는 장면을 2차례 재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트라우마로 현장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C 전 순경의 변명은 거짓말"이라며 "이미 칼부림이 발생했는데도 경찰관들이 밖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 어떠한 긴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관들이 빌라 내부로 다시 진입한 시간은 현장을 벗어난 지 3분여가 지나서였고, 이들은 3분 40초가 더 지나서야 빌라에서 A 씨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B씨 남편이) 범인을 기절시킨 뒤 경찰관들이 나타나 연행했다고 한다"며 "이들이 건물로 진입해 범인을 데리고 나가는데 넉넉잡아도 1분 30초 정도가 걸리는데 중간에 비어 있는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가족대표가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가족대표가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피해자 가족대표는 경찰의 무성의한 대응 속에 생계난에 시달리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은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돈을 빌려서 환자를 돌보고 생계비를 충당해야 하는 현실이 살기 싫을 만큼 참담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 측은 경찰의 책임감 있는 해명과 현장 이탈 경찰관들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 중대범죄 피해자가 사건 초기 CCTV 영상 등 주요 증거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5시 5분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 3층에서 B 씨와 그의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B 씨는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었고,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했다. 그의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쳐 전치 3∼5주의 병원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사건 발생 2∼3개월 전 이 빌라 4층으로 이사를 왔으며 3층에 사는 B 씨 가족과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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