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37%·소주 17%·치킨 11%… 자고 나면 또 오르는 소비자물가
3월 전국 소비자물가가 4.1%가 올랐고 부산의 소비자물가도 3.9%가 상승했다. 둘 모두 201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4.1% 상승했다. 이는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같은 높은 물가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전세계적으로 원자재와 식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3월 기준 통계청 발표 물가
전국 4.1%·부산 3.9% 상승
10년 3개월 만에 최고 기록
“우크라 사태로 당분간 더 오를 듯”
특히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들이 많이 올라 체감하는 물가는 더 높게 느껴진다.
부산에서 많이 오른 품목을 살펴보면, 수입쇠고기(28.1%) 빵(8.0%) 국산쇠고기(4.0%) 소주(17.7%) 막걸리(20.2%) 구두(5.7%) 전기료(5.0%) 간병도우미료(6.9%) 침대(12.8%) 구내식당식사비(7.7%) 치킨(11.0%) 보험료(13.4%) 등이다. 물론 휘발유(27.4%) 경유(37.5%) 자동차용LPG(20.1%)도 급등했다.
다만 일부 농산물이 하락하면서 신선식품 가격은 0.1% 떨어졌다. 이는 파(-60.5%) 양파(-49.4%) 고구마(-27.3%) 고춧가루(-13.9%) 등이 하락하면서 전체 신선식품 가격을 내렸는데 쇠고기나 돼지고기 등 크게 오른 품목도 있어 체감 정도는 낮다.
특히 외식 가격도 평균 6.6% 올랐는데 이는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외식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각종 식재료 가격이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외 물가 상승요인이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당분간 오름세가 크게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글로벌 전개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물가 문제는 현재 그 어느 현안보다도 중요하고 엄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물가 급등은 국민들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5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하고, 올해 연간 상승률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4일 기준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 진화에 나설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성장 둔화를 근거로 5월에야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씩 올리는 ‘빅 스텝’에 나설 가능성도 다음 주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어서 만약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당장 가계대출금리를 상승시켜 집을 사기 위해 많은 돈을 빌린 사람들에게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선택한 가계대출자가 76.5%에 이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출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세를 억누르는 효과도 가져온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