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53. ‘Core’라야 했나?
이진원 교열부장
지난주 수요일 자 <부산일보> 1면 머리에 <부산 도시 공간 확 바꾼다…53사단 외곽 이전 추진>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부산시가 앞으로 10개 ‘코어’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 공간 구조를 재편하고 권역별 발전을 이끌겠다는 내용이었다. 부산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40년 부산도시기본계획(안)’을 마련한 뒤 시민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못내 아쉬운 용어가 ‘코어’였다. 도시기본계획을 짜는 데 꼭 이런 외국말을 써야 했을까. 실제로 부산도시기본계획안(계획안) 책자를 확인해 보니 ‘위계별 도심·부도심→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기능별 특화 10 Core’라고 밝혀 놓았다(한글도 아니고 아예 영문자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표현은 ‘중심지별 육성전략, 중심지 기능 고도화, 중심지 육성계획’처럼 ‘Core’ 대신 ‘중심지’로 썼다. 별로 긴요하지 않은 용어라는 얘기다.
그 밖에도 계획안에는 ‘그린 스마트 도시 부산, 스마트 15분도시, 글로벌 허브도시, 해상도시 이니셔티브 추진, 친환경 에너지허브, 분야별 감축 인벤토리 사업 적극 추진, 디지털 금융밸리 확대’처럼 외국말이 많다.
안 그래도 부산시의 외국어·외래어 표기에는 뒷말이 적지 않다. ‘센텀시티, 사상스마트시티, 사상인디스테이션, 에코델타시티, 에어시티, 유라시아물류플랫폼, 동남권 메가시티’처럼 이름이나 정책에 외래어와 외국어가 넘쳐 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이내믹/브리지’라는 외래어 표기법을 어겨 가며 ‘다이나믹 부산/세븐 브릿지, 다이아몬드 브릿지’라고 쓰기도 했다. 굳이 외국말을 이만큼이나 써야 했나 싶다.
또, 이렇게 외래어나 외국어를 쓰다 보면 아무래도 순우리말이나 한자말보다는 잘못 쓰기 쉽다. 실제로, 계획안에는 ‘주거 트렌드’를 ‘주거트랜드’로 써 놓기도 했다. 외래어나 외국어를 즐겨 쓰는 이유는 ‘그럴듯하게 보이려는 의도’ 딱 하나밖에 없다. 개인이 이러는 것도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부산시가 보이는 용어 사용 문제는 더 있다. ‘해안변 관리계획’과 ‘수변 관리계획’으로 나눈 계획안 ‘해안수변 특화 관리계획’에서 ‘해안변’이라는 어색한 말을 쓴 것. 거의 같은 뜻인 ‘해안’과 ‘해변’을 왜 합쳐 놓았는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이러면 ‘해변’이 ‘수변’에 포함되지 않는 일도 생긴다. ‘민락수변공원’이 이름을 바꿔야 할 판인 것.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 제14조(공문서 등의 작성·평가) ①항은 이렇게 규정돼 있다.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jinwon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