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엑스포 유치 과정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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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 마이스부산 대표

3월의 두바이는 다시 뜨거워지고 있었다. 30도가 훌쩍 넘는 날씨도 무더웠지만, 지난 6개월간 200만 명 넘게 다녀간 2020 두바이 엑스포의 대장정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해외의 많은 방문객들로 들썩거리고 있었다. 사실, 2030년 엑스포 유치경쟁국을 직접 보고 싶어서 두바이로 간 터라, 러시아의 모스크바, 우크라이나의 오데사, 이탈리아의 로마,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등 경쟁 도시들의 국가관을 먼저 찾았다. 그 외에도 192개 국가관과 다양한 주제관들은 전 세계 80억 인구가 고민하는 공통의 문제와 해법을 역동적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우리도 2030년 엑스포를 대한민국 부산으로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처음 유치하자는 제안이 나온지 벌써 수년이 되었고, 이후에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유치하기로 확정되어, 작년에는 파리에 있는 BIE(세계박람회기구)에 가서 유치신청서도 제출했다. 올해는 정식제안서를 제출해야 하고, 내년 상반기에 현장실사를 받고, 하반기에 최종 개최지가 결정된다. 이번 새정부에서도 엑스포 유치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선정하여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매우 다행스럽고, 함께 노력해서 꼭 유치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엑스포 유치 과정의 중요성이다. 왜 중요할까? 그것은 유치 과정에서 생기는 경험이야말로 부산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이다. 부산은 경제력이 부족하다 보니, 도시의 성장을 이어갈 인재들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냥하는 법을 잊지 않도록, 그런 도전적인 DNA을 가진 민간업계의 인재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경험의 기회가 확대되기를 바란다.

결과적으로 유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외부의 도움으로만 유치한다면 유치 이후에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엑스포가 유치된다면 본격적인 준비과정도 있고, 부산 개최를 통한 경제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치 과정의 그 치열한 경쟁에서 쌓을 수 있는 국제적인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것이고, 앞으로 부산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그런 기회가 필요할까? 누구보다 관광MICE 업계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엑스포가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부산국제관광도시 같은 관광MICE 관련 정책사업 구상 및 추진과정에서 업계의 참여와 역할이 더 늘어나야 한다. 굵직한 정책사업들은 대부분 서울의 전문가 주도로 추진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런 악순환 때문인지 여전히 지역 업계는 경험의 지역적인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업계도 자구의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지역기업으로서의 제한을 두지 말고, 본사는 부산에 있되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쳐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부산시와 공공기관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바꾸고 실제적인 지산학 협력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단기적인 사업성과를 위해 계속 타지역의 전문가에게 의존한다면, 앞으로도 먹이를 기다리는 어린 새들이 모여 있는 둥지로 머물게 될 것이다.

유치 과정의 중요성은 바로 이런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유치 성과를 만들어왔다. 수많은 국가 정상들이 참석하는 국제행사를 부산으로 유치해왔고, 최근에는 세계도핑방지기구 총회지로 부산이 선정됐다. 올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을 국내 최초로 부산에 유치했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유치 과정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공유되고, 서로의 아이디어와 경험이 더해져 가장 좋은 제안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유치 과정을 통해 부산의 장단점 파악은 물론, 외부의 환경분석을 통해 최상의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역량을 키우게 된다. 부산이 가장 필요한 역량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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