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선 그 너머에 사물과 공간… 무엇이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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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보인다. 작품을 보며 사람들은 ‘저 햇빛 표현을 어떻게 한 것인지’ 궁금해한다. 빛 너머에는 ‘사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숨어있다.

황선태 개인전 ‘The Space of Deep Thinking’이 부산 수영구 망미동 갤러리 이배에서 열리고 있다. 황 작가는 경희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독일 할레 부르그기비헨슈타인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독일 대학 학부 졸업전은 학교 소유의 빈집을 빌려서 설치 작업을 했어요.” 거미줄이 있고 잡초가 자란 집. 작가의 눈에는 그 폐가가 살아있는 집, 자연화되는 집으로 보였다.

사물의 윤곽 선으로 그려내고
빛 드는 공간 속 생각거리 제공
황선태 “편안함만 느껴도 충분”
갤러리 이배 17일까지 개인전

3개의 방 중 하나는 바닥의 높이를 살짝 조정해 각도를 6도 비틀었다. 다른 방에는 책상 위 유리컵을 놓고 수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게 했다. 마지막 방에는 벽에 문고리를 하나 달았다. “정상의 기준은 관점에 따라 항상 바뀔 수 있다는 것, 우리가 폐가라고 생각하는 공간도 살아있다는 것, 안과 밖은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질문했죠.”

어느날 작업실에 들어서던 작가는 벽에 서 있는 빗자루를 보고 흠칫 놀랐다. 살아있는 빗자루가 하나의 존재로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정보가 선입견을 만들죠. 사진에 뿌연 강화유리를 덮어 정보를 최소화해서 사람들이 존재 그 자체에 집중하게 했어요. 그러다 유리판에 비친 햇빛을 보며 ‘빛은 사물을 인식하는 근본적 요소, 빛으로 사물을 해석해보자’ 생각했죠.”

황 작가는 사물의 윤곽을 선으로 표현하고 빛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선만 있으면 조감도 느낌의 평면도인데, 거기에 빛이 들면 공간성, 시간성과 감정이 부여됩니다.” 작가는 샌딩된 강화유리 뒤에 이미지를 인쇄했다. 그 뒤의 공간에는 실사 이미지, LED 조명, 빛 차단막 등 여러 개의 층이 존재한다.

따뜻한 햇살이 드는 거실에 강아지가 낮잠을 자는 모습, 늦은 오후 붉고 긴 햇살 그림자가 거실을 가득 채운 풍경 등 황 작가의 작품 속 빛 표현이 절묘하다. 조명의 위치와 색깔, 빛의 강도 등을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이다. 관람객은 작품 속 빛이 자신에게도 비춰지는 것처럼 느낀다. “처음에는 창문 밖이 단순했는데, 근작은 실사 이미지를 넣어 실제 공간과 선으로 된 가상공간을 대비시킵니다.”

그림 속 가상공간에 사람은 없지만 보는 이는 사람을 느낄 수 있다. “의자의 모습으로 사람이 앉아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 문이 살짝 열려 있으면 누군가 산책을 나갔구나, 책이 내려져 있으면 독서를 하다 자리를 비웠구나. 굳이 사람을 그리지 않아도 됩니다.”

작가는 원초적 빛과 선을 이용해서 사물을 어떻게 보고, 공간을 어떻게 볼지를 이야기한다. “제 의도를 알아주시면 더 좋겠지만 그냥 제 작품을 보면서 ‘편안하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충분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일시적이나마 편안함을 주는 것도 가치가 큰 일이니까요.” 황 작가의 전시는 17일까지 이어진다. 051-756-2111.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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