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당신에게 미술시장은?
오금아 문화부 부장
질문1. 호황인가? 과열인가?
각종 수치와 분위기로 보면 현재 한국 미술시장은 호황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1 한국 미술시장 결산 관련 자료집을 보면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약 9223억 원에 달한다.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의 3812억 원보다도 크게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아트페어나 경매 관련 뉴스에는 늘 ‘역대 최대 매출’ ‘역대 최고가 낙찰’ 등의 문구가 따라붙었다.
미술시장에 텐트·구매대행까지 등장
아트테크 열풍 과열·투기 우려 목소리
오래 다양하게 꽃피는 ‘예술 향유’ 기대
올해도 시작부터 뜨겁다. 3월 서울에서 열린 화랑미술제에는 5일 동안 5만 30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177억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 72억의 배를 훌쩍 넘는다. 올 1분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낙찰총액도 785억으로, 1998년 이후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분위기는 7일 시작되는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 5월 12일부터 열릴 아트부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오는 9월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한국화랑협회의 키아프 서울 공동 개최, 해외 유명 갤러리의 잇단 한국 분점 개관 소식까지 미술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많다. 해외 갤러리가 아시아의 새로운 거점으로 한국을 주목하는 것은 향후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술시장이 호황을 넘어 과열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투자처를 잃은 유동성 자금이 소위 ‘뜬다는’ 미술시장에 몰려들며 다짜고짜 갤러리에 전화해 “어떤 작품을 사면 돈이 되는지”만 묻는 사람도 생겨났다. 미술시장이 호황과 과열 사이 그 어딘가에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
질문2. 투자인가? 투기인가?
결국 미술시장에 텐트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서울의 한 전시에서는 작품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갤러리 앞에 텐트를 치고 밤새 줄을 섰다. 연예인 공연이나 부동산, 명품 시장에서 보던 풍경이 신진작가의 전시에서 벌어져 미술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아트페어 VIP 오픈부터 입장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고, 개막과 동시에 작품을 사러 뛰어가는 오픈런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는 이제 특별하지도 않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블루칩 작가의 전시는 개관과 동시에 작품이 솔드아웃됐다. 영업시간 전부터 줄이 늘어섰고, 나중에 도착해 작품을 사지 못한 사람이 직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올 초에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직장인 컬렉터 카페에서 언급된 한 신진작가가 포함된 기획전에 개막 전날 사람들이 몰렸다. 서울의 컬렉터가 구매대행을 보낸 사람이 작품을 선택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사람이 작품을 구입하자 항의하는 소동이 났다. 갤러리 대표는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이런 난리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미술시장의 호황에는 MZ세대의 역할이 크다. 이들은 미술시장의 새로운 컬렉터층으로, 아트테크에도 적극적이다. 관련 서적을 읽고 정보를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작품을 찾는다. 미술품 공동구매 시장의 큰손도 MZ세대이다. 미술품 공동구매는 실물 작품 소유권을 1000원 단위로 분할해서 구매하고, 작품 재판매 시 수익을 지분만큼 돌려받는 것이다. 구매한 그림은 가격이 오를 때까지 수장고에 보관하거나, 카페 등에 렌털을 하기도 한다. 공동구매 시작 1분 몇십 초 만에 10억이 넘는 돈이 모였다거나, 작가 허락 없이 작품의 NFT 출시를 기획하다 저작권 논란을 빚는 모습까지. 여러 생각이 든다.
질문3. 예술인가? 돈인가?
미술품을 구입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미술 애호가로 들어왔든, 아트테크 투자자로 들어왔든 미술시장에서 자기 나름의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니 뭐라 할 수는 없다. 미술시장 호황으로 우리 사회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대신 미술품의 가치를 무작정 자본의 관점에서만 보는 태도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실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품은 끊임없는 사유와 철학의 결과물이다. 돈 되는 작가만을 찾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가치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유명인의 선택에 따라, 요즘 뜬다는 작가로의 쏠림 현상도 문제다. 지난달 화랑미술제에서 한 갤러리는 부스 벽면에 ‘셀럽 출입 금지, 애호가는 환영’ 문구를 걸고 미술시장을 둘러싼 이들의 성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봄꽃이 만발하다. 미술시장이 오래오래 다양한 꽃을 피워 우리의 삶이 예술적으로 더 풍성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미술시장에서 나만의 작품을 만나도 좋지만, 우리는 이미 더 좋은 작품을 많이 가지고 있다. 공공 미술관에 걸린 엄청난 작품들이 우리 시민의 것이다.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