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 부산서 첫 ‘독감 유행’ 경고등… 위생 의식 시들었나
코로나19 유행 뒤 처음으로 부산에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 초기에 진입했다는 표본감시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로 강조된 위생 의식이 약화하면서, 2년간 종적을 감췄던 전염병들이 다시 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올 2월 넷째 주(20~26일)부터 3월 셋째 주(13~19일)까지 4주간 인플루엔자 분율 값이 각각 6.0→7.4→5.7→5.8을 기록했다. 인플루엔자 분율의 유행 기준은 5.8로, 한 달 가까이 유행 기준 안팎을 유지한 것이다. 직전 2월 셋째 주는 1.1로, 2월 말부터 분율 값이 5배 이상 급등한 결과이기도 하다.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 수
4주간 유행 기준 안팎 기록
2월 말부터 5배 이상 급등
“유행 초기 진입, 확산 가능성”
인플루엔자 분율은 진료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 수를 의미한다. 3월 중순 이후 조사는 아직 취합 중이다. 독감 환자 중 상당수가 별도 병원 진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통상 실제 감염 규모는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의 인플루엔자 분율이 유행 기준에 근접한 것은 2년 만이다. 독감은 겨울과 늦봄에 유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2020년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유입된 뒤 독감은 한 차례도 유행하지 않았다. 이 사이 주간 인플루엔자 분율 값은 계절과 상관없이 항상 1~2 사이를 오가며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독감뿐만 아니라 다른 호흡기 감염병이나 유행성 장염 환자들도 급감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으로 마스크 착용, 손소독, 환기 등 위생 개념이 향상된 결과였다.
그러다 올 2월 말부터 인플루엔자 분율 값이 갑자기 급등했고, 유행 기준 부근에서 한 달째 머물러 일시적 현상도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예전보다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 등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 외엔 마땅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2월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감염 규모의 ‘더블링’이 본격화한 시기다. 코로나19 유행과는 별개로 팬데믹 장기화에 따라 오히려 개인위생에 대한 경각심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독감이 극성을 부릴 때 인플루엔자 분율 값이 50 이상으로 치솟던 것과 비교해 보면, 아직 독감 유행이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감염병 상황이 코로나19 유행 이전으로 돌아갈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보건환경연구원의 설명이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식중독이나 다른 감염병도 다시 나타나고 있어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현재 인플루엔자가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닌 만큼, 개인위생 의식이 완전히 해제됐다기보다 다소 소홀해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