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는 러 외교관 EU서 200여 명 추방
러시아군에 의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집단 학살 정황이 드러난 이후, 이틀 만에 러시아 외교관 200여 명이 유럽에서 추방됐다.
5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슬로베니아는 33명, 이탈리아는 30명, 스페인은 25명, 덴마크는 15명, 스웨덴은 3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자국에서 추방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들을 추방한다고 설명했고, 예페 코포드 덴마크 외무부 장관은 외교관으로 등록한 정보기관 요원들이 자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추방 이유를 밝혔다. 또 스페인 외교부는 이들이 스페인 국익과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스웨덴 외교부는 러시아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발트해 연안의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도 이날 각각 러시아 영사관 2곳의 문을 닫고 소속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이날 일부 러시아 외교관들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결정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들이 외교적 지위에 반하는 활동에 관여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이 같은 결정을 전달하기 위해 EU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전날 프랑스는 자국에서 안보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독일은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 40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앞서 벨기에, 네덜란드, 아일랜드, 불가리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러시아 외교관에게 자국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 등에서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후 지난 48시간 동안 추방이 결정된 러시아 외교관은 200여 명에 이른다.
러시아는 유럽의 잇단 추방 결정에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유럽 국가들의 추방 결정은 외교적 소통의 기회를 좁히는 근시안적인 조치"라며 “(러시아의)불가피한 보복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