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아시아 최고 식당 50선'에 한 번도 포함된 적 없는 부산 식당 언제쯤 선정될까?
영국의 음식 관련 언론 그룹 ‘윌리엄리드 비즈니스 미디어’는 2002년부터 매년 ‘세계 최고 식당 50선’을 발표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아시아 최고 식당 50선’도 발표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미식가들에게 아시아의 훌륭한 식당으로 소개함으로써 음식 문화를 건전하게 발전시키자는 게 취지다.
윌리엄리드는 최근 ‘2022년 아시아 최고 식당 50선’을 공개하고 온라인으로 비대면 시상식도 거행했다. ‘아시아 최고 식당 50선’은 선정 위원회에서 고른다. 아시아의 요식업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300명으로 이뤄진 위원회다.
올해는 일본 도쿄 중심가 시부야에 있는 퓨전 레스토랑 덴이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식당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선정 첫 해인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2007년에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창의적인 음식과 편안한 식당 분위기 덕분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에도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연회용 요리인 가이세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식은 도쿄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게 선정 위원회의 평이다.
태국 방콕의 전통 음식점 소른이 2위를 차지했다. 이 곳은 태국에서 예약하기 가장 어려운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재료인 게 등을 이용한 칸추피앙이 대표 메뉴다. 요리사의 영혼을 담은 음식이 현지인을 감동시킨다는 게 선정위원회의 설명이다.
이밖에 도쿄의 프랑스 음식점 플로릴레주, 방콕의 전통 요리점 레 두, 홍콩의 광동 요리점 더 체어맨, 오사카의 퓨전 프랑스 음식점 라 시메, 방콕의 독일 음식점 쉬링, 싱가포르의 프랑스 음식점 오데트, 홍콩의 유럽 음식점 네이버후드, 방콕의 전통 음식점 누사라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5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레스토랑의 나라별 분포를 보면 일본과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이 각각 열한 곳으로 가장 많다 이어 태국이 아홉 곳이다.
한국에서는 다섯 곳이 이름을 올렸다. 모두 서울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2014년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전통 음식점 밍글스는 14위로 우리나라 식당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플라자호텔에 있는 발효음식 전문점 주옥은 18위, 청담동의 전통음식점 세븐스 도어는 2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사찰음식 연구에 평생 매진해온 전남 장성군 백양사 천진암의 주지인 정관 스님은 ‘아이콘 상’을 받았다. 선정위원회는 ‘한국 사찰음식을 전 세계에 알리는 스님’이라고 평가했다.
아쉽게도 윌리엄리드가 2013년부터 발표하는 ‘아시아 최고 식당 50선’에 부산 식당이 포함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수도가 아닌 지방 도시도 당연히 순위 안에 들어간다. 일본 후쿠오카와 오사카, 대만의 타이중과 가오슝, 인도네시아 발리 등 다른 나라의 지방 도시는 여러 차례 포함됐다. 스리랑카 콜롬보와 필리핀 마닐라 등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낮은 국가의 도시도 들어 있다.
부산이 외면받는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선정위원회가 부산에는 조사하러 오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조사하러 오기는 하지만 선정할 자격을 갖춘 식당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라도 부산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각 요식업체는 물론 부산시, 부산관광공사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