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국경 지우면, 고대 동아시아 새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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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동아시아의 민족과 국가/이성시

수천 년 전 동아시아에 살았던 사람들의 판도는 지금과 분명 달랐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관은 현재 시점에서 선을 긋고 분석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다 보니 어떤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혼란마저 느낄 정도이다.

저자는 우리가 아는 민족사를 불과 100년 남짓한 시기 동안 만들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그렇기에 거기에 몰두하면 자칫 고대 동아시아에 대해 착시 현상을 낳을까 우려한다. 은 바로 거기에 중점을 둔다. 동아시아의 정치와 문화를 민족이나 왕족 간의 비교가 아니라 국가와 민족 집단의 교차를 통해 분석한다.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를 주역으로 등장시켜 역동성을 부여했다. 근대적 국경 개념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고대의 국가 관계와 국가 형성의 과정을 고찰한 것이다.

이 책은 치밀한 실증 연구를 통해 고대 국가 간의 이동과 교류를 연구했다. 기원전 108년 한 무제의 낙랑군 설치 이후 중국 동북 지방, 한반도, 일본에서 이뤄진 고대 국가와 민족의 형성을 살피며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본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지은이는 한국 고대사를 다른 문맥으로 볼 것을 권유한다. 한국인만의 해석이 아닐 때 더욱더 풍성한 고대사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역사는 언제나 새로운 사상과 낡은 사상이 투쟁하는 장소”라는 말이 있다. 고대사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한반도 남북한과 중국, 일본를 둘러싼 현재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반갑지 않은 신냉전의 서곡 속에 고대 동아시아인의 가르침이 함께 전해오는지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성시 지음/이병호·김은진 옮김/삼인/528쪽/3만 7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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