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광화시대’에 지역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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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이즈음 지인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열에 예닐곱은 벚꽃으로 바뀌었다. 남천동이거나 온천천, 더러는 삼락공원과 영도다. 만개한 벚꽃과 그만큼 활짝 핀 곁사람들의 웃음에 봄날이 깊어간다. 상춘이 따로 없다. 지역마다 풍광은 사뭇 다르다.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경주 동궁과 월지, 완도 세연정, 파리 에펠탑과 인도 타지마할까지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서울메트로미술관의 '광화원-도심 속 미디어 정원'이다. 실감형 미디어아트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여러 해 전에 팀랩(TeamLab)의 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광화원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국가 차원의 대규모 디지털 프로젝트인 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광화원을 포함해 8종의 콘텐츠로 구성되었다. 광화수는 나무줄기 모양의 조형물이다. 나뭇가지는 증강현실로 나타나는데, 실시간 SNS 데이터를 7가지 감정으로 분류해 색채화한다. 광화풍류는 공연 콘텐츠다. 더 보이즈, 싸이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확장현실로 구현된 광화문을 배경으로 버추얼 공연을 펼친다. 광화인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홀로그램 인물과 소통하는 콘텐츠로, 샤이니 민호를 만날 수 있다. 광화전차는 몰입형 놀이기구, 광화담은 증강현실 미션 게임, 광화벽화는 초대형 미디어캔버스다.

는 2019년 정부의 문화콘텐츠산업 전략에 따라 추진된 디지털 콘텐츠 뉴딜사업이다. 2020년 착수하여 2022년 2월 콘텐츠를 모두 완성했다. 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첨단기술을 결합하여 가상과 현실, 사람과 공간을 연결시켰다. 기술과 결합한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매체예술의 생산과 발표, 향유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였다. 그런데 국가에서 추진한 이 프로젝트가 왜 였을까. 광화문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광화문 일대를 ‘대한민국의 역사·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선정한 까닭이 무엇인지,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했는지 의문이다. 광화문 일대를 관광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400억 원을 투입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사업화하는 것은 분명 국가의 문화적 경쟁력을 드높이는 일이다. 콘텐츠 산업 육성은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과제이기도 하다. 제아무리 창발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해도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시도조차 불가능하다. 오늘날 지역이 처한 상황이다. 콘텐츠는 광화문 일대 공간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다른 지역에서 재현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역에서 콘텐츠의 제작과 향유가 난망하기 이를 데 없다. 세연정과 월지의 풍광은 광화원에서 온전히 구현될 수 없다. 완도시대 경주시대는 언제쯤 저 벚꽃처럼 몽실몽실 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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