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총리 후보자 ‘전관예우’, 깔끔히 소명·검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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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전관예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2017년 12월부터 4년 4개월 동안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18억 원에 달하는 고문료를 받았고, 그 이전인 2002년 11월부터 8개월간 역시 김앤장 고문으로서 1억 5000여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외환은행 인수·매각으로 막대한 차익을 남긴 사모펀드 론스타를 법률적으로 대리한 곳이 김앤장이다. 한 후보자가 받은 보수도 보수려니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당초 ‘통합 관리형’ 총리로 무난한 인사청문회 통과가 예상됐지만 지금은 다른 분위기다. 한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한 치의 거짓 없이 철저한 해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 론스타 법률 고문 역할
재산 증식 등 청문회서 철저히 살펴야

전관예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전관’이라는 영향력을 통해 부적절한 로비 창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김앤장은 2002~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도왔고 매각 과정도 함께한 당사자다. 한 후보자는 이 일에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하면서 김앤장이 론스타를 대리하고 있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했는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한 후보자는 또 지난 1년 동안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던 퇴직 공직자가 다시 공직으로 복귀할 때는 민간인이라는 이유로 이렇다 할 제한 장벽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회전문’ 인사에 견제 장치를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분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기다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이해충돌 논란과 부동산 관련 의혹들도 불거진 상황이다. 7일 총리실 인사청문회준비단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의 통신 대기업과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의 자회사에 자신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3층 주택을 임대했다. 이 시기는 한 후보자가 청와대와 정부에서 통상 분야 고위직을 지낸 때다. 공적 지위가 사적 이익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 지난해에는 이 주택을 100억 원가량의 매물로 내놓기도 해서 한 후보자의 재산 규모에 대한 다양한 추측까지 난무한다.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7일 오후 국회에 제출됐으니 법률에 따른 인사청문 기한은 오는 26일까지다. 이번 인사청문회가 공직 공백기에 축적된 한 후보자의 재산을 주요한 검증 대상으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거액의 고문료로 재산을 불린 게 맞는다면 이는 과도한 전관예우임을 부정할 수 없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에 관여해 국익에 반하는 행동이 있었는지도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국무총리 인준은 국회 표결이 필수지만 야당이 트집 잡기식의 정략적 계산으로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본인의 철저한 소명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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